<앵커>
떠들썩하고 설레는 추석 명절이 오히려 더 서러운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한가위의 넉넉함도 이들에겐 남들 얘기입니다.
조지현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대한민국 부의 상징 타워 팰리스.
이 거대한 빌딩을 등지고 웅크린 판자촌이 포이동 266번지입니다.
지난 80년, 군사 정부가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이주시킨 백여 가구가 고물을 모아 팔며 살고 있습니다.
일흔 다섯의 오상희 할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상희 : 입을 꼬매나? 먹어야지. 약 사먹어야지. 그러니까 조금씩이라도 나가서(일해요). 한 번 나갔다 오면 2천원 되고 3천원 되고.]
정부 보조금 20여만원에 하루 2천원 벌이는 고스란히 약값으로 들어갑니다.
[오상희 : 무슨 때 돌아오면 한심하고 처량해.]
예순 두 살 유도관씨, 가난이 싫다며 아내가 떠나고, 30여년째 추석을 홀로 맞습니다.
[유도관 : 남들은 추석 쇠러 내려간다, 성묘를 간다 그러는데, 저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생활고와 외로움보다 더 큰 괴로움은 '시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며 구청이 주민등록 등재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90년부터 토지 변상금이 부과돼 집집마다 5천에서 8천만원씩 빚까지 떠안았습니다.
[조철순/포이동 266번지 사수대책위원장 : 생활이 너무 어려워요. 송편도 못 나눠먹을만큼 어려워요.]
소원을 비는 추석 보름달, 이들의 소원은 단 한 가지입니다.
[유도관 : 하꼬방이라도 이렇게 살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거 이상 바랄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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