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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힘 페레를 추억하며

안녕하세요. 어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보컬 이브라힘 페레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뉴스 레터를 쭉 봐오신 분들이라면 지난 2001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내한을 즈음해 썼던 제 글들도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안녕하세요.

어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보컬 이브라힘 페레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뉴스 레터를 쭉 봐오신 분들이라면 지난 2001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내한을 즈음해 썼던 제 글들도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8시 뉴스에 이브라힘 페레의 음악인생을 소개하는 리포트를 만들면서, 고인을 추억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감회에 젖어' 쓴 글입니다.

이브라힘 페레를 추억하며

지난 6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보컬 이브라힘 페레가 아바나에서 타계했다. 향년 78세.

어제 나는 그의 음악인생을 소개하는 '테마기획' 기사를 쓰면서 2001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내한공연 때 봤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이브라힘 페레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또다른 멤버인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 오마라 포르투온도와 함께 인터뷰를 하러 나왔었다.

영상자료를 통해 본 그의 무대 위 모습은 너무나 열정적인 에너지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거인'이었기에, 무대 아래의 그는 '너무나 조그맣고 새까맣고 평범한' 쿠바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가 무대에서 발산하던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쿠바 음악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더니,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감칠맛 나고, 맛있는 음악이죠. 직접 들어보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했고,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했더니 "에너지는 열정과 갈망, 뭔가를 간절히 희망하는 데서 나오지요. 할 수 있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신나게 할 수 있습니다"라며, 싱긋이 웃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는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고 싶다는 우리의 요청에, 오마라와 다정하게 서서 나직하게 '실렌시오'를 불러줬다.

 

나는 노래가 빨리 끝나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나는 인터뷰 내내 그의 손에 유난히 관심이 갔었다.

주름지고 거칠고 까만 그의 손은 그의 사연 많은 삶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는 한 때 쿠바에서 날리던 명가수였다.

하지만 쿠바 혁명 이후 음악활동이 위축되면서 아바나의 뒷골목에서 구두닦이를 비롯한 각종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다 미국 음반 제작자요 기타리스트인 라이 쿠더의 제안으로 70의 나이에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에는 이브라힘 페레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소한 지금은 살아있고 싶어. 정말이야. 하느님도 마누라도 내 말을 들어줘야 해. 좀 더 즐길 시간을 줘야지. 하느님은 가끔 너무 인색하거든."

음악활동을 하지 못하고 지낸 오랜 세월,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아마 이런 낙천적인 인생관과 '열정에서 나오는 에너지'였을 것이다.

기타와 보컬을 함께 했던 콤파이 세군도,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당시 90이었던 콤파이는 내한공연 때 합류하지 못했지만 루벤은 왔다. 당시 80대로 이브라힘보다도 고령이었던 그가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흥겹고 신나면서도 울컥 치미는 감동에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는 2003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브라힘 페레는 지금쯤 그들과 만나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는 쿠바와는 정말 먼 나라 한국에서 잠깐 만났던 취재기자를 금방 잊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자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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