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을 제외한 당시 정관계와 제계, 언론계의 고위인사는 모두, 도청 대상이었다는게 안기부 관련자들의 증언입니다. 발견된 도청테이프들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어떤 인사들이 등장할 지, 일단은 추측만 가능합니다.
김승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소각했다고 주장했던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은 도청테이프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전분야에 걸친 붕괴가 일 지도 모르는 핵폭탄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도청대상은 미림팀이 본격 활동했던 94년부터 98년까지의 사회지도층 대다수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정치인의 경우에는 김영삼 정권이 주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측 인사들이 주요 표적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이 테이프를 유출한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를 처벌하지 않은 것도 DJ측 핵심인사들에 대한 녹취때문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YS정권의 핵심인사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에 대한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을 재임중이던 97년 초 쯤 안기부 최고위층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세풍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97년 대선국면에서 대기업들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만큼 재계 인사들의 동향파악도 미림팀의 주요 업무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 언론사주와 주요언론인까지 불법도청의 대상이었다는 것도 SBS의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공운영/전 미림팀장 : 똥물이 어디로 튈지 몰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SBS 다 똑같아. MBC는 다른가? KBS도 똑같지.]
특히 공씨가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아첨, 중상모략, 질투를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어 사회지도층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