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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야 가루야, 신나게 놀아보자!

제목 없음 안녕하세요. 이제 여름 방학 시즌입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대부분 이번 주에 방학을 했고,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 딸도 다음 주면 방학에 들어갑니다. 이맘때면 어린이 관객들을 겨냥한 공연들이 봇물을 이루게 마련인데요, 올해는

안녕하세요. 이제 여름 방학 시즌입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대부분 이번 주에 방학을 했고,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 딸도 다음 주면 방학에 들어갑니다. 이맘때면 어린이 관객들을 겨냥한 공연들이 봇물을 이루게 마련인데요, 올해는 유난히 ‘놀이’와 ‘체험’을 강조하는 공연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흙놀이 바투바투’ 기억하시는 분 많을 겁니다. 부드러운 흙을 맨발로 밟으며 ‘흙장난’ ‘흙놀이’를 즐기게 했던 공연입니다. 객석에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계속 이동하면서 놀고, 체험하게 했습니다. ‘물체극’으로 유명한 이영란 씨가 연출했던 작품으로, 관객 7만 명을 끌어들이며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지요. 올해도 이 ‘바투바투’ 열풍을 이어가는 작품들이 여럿 선보였습니다.

우선 ‘바투바투’의 이영란 씨가 구성과 연출을 맡은 ‘밀가루 놀이 가루야 가루야’(8월 28일까지, 올림픽 공원 역도경기장)가 있습니다. 이영란 씨는 10여 년 동안 밀가루와 흙, 얼음 같은 자연의 소재들로 ‘연극적 실험’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 ‘오브제 극(물체극)’의 진수를, 한태숙 씨 연출의 ‘레이디 맥베스’(저는 2000년에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영란 씨는 밀가루와 얼음, 물 같은 ‘물체’들을 이용해 인물의 심리와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이영란 씨는 얼음 조각으로 격렬한 폭력성을 나타냈고, 흰 밀가루 반죽은 순식간에 뱀이 되어 맥베스 부인을 휘감기도 했습니다.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서주희 씨는 무대에 차오르는 물에 흠뻑 젖은 채 강렬한 독백을 했습니다. 물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 연극이었습니다.


이영란 씨는 ‘바투바투’ 이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에 주력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처음부터 어린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지난 10년 동안 밀가루를 갖고 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너무나 현란한 색깔들이 눈을 어지럽히는 요즘, 밀가루의 순수한 흰 색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투바투’에서도 그랬지만, 물체와 물이 만났을 때의 변화--흙과 물이 만나면 진흙, 밀가루와 물이 만나면 밀가루 반죽이 되는--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 변화를 ‘마술’이라고 했고, 이 마술을 어린이들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처음 공연장에 들어가면 우선 배우들이 밀가루로 펼쳐내는 ‘놀이 세계’를 구경하게 됩니다. 배우들은 밀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밀가루 반죽으로 공놀이를 하고, 꽈배기를 만들고, ‘밀가루 인형’으로 그림자극을 합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가면’으로 동물 흉내도 냅니다. 상상력이 빛나는 아기자기한 무대에, 타악기로 연주되는 앙증맞은 음악이 재미를 더합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연극을 통해, 어린이들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곧 ‘직접 놀아보는’ 광장으로 나아갑니다. 색종이에 물을 묻힌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밀가루를 뿌리면 ‘밀가루 그림’이 탄생하고, 밀가루 반죽은 근사한 조각품이 됩니다. 갖가지 모양의 쿠키를 찍어내 구울 수도 있습니다. 예술가라도 된 듯 작업에 열중하는 어린이들 표정이 귀여웠습니다.

통밀과 밀가루가 잔뜩 쌓여있는 다음 방은 어린이들이 ‘몸으로’ 놀아보는 곳입니다. 통밀 더미를 밟고, 만지고, 모래찜질하듯 누워봅니다. 또 밀가루를 뿌려보고, 몸에 묻혀보고, 뒹굴어봅니다. ‘집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놀이에 열중한 아이들은 어느새 밀가루 범벅, 흰 ‘눈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가루야 가루야’는 만 2살 이상이면 입장 가능합니다. 다른 어린이극에 비하면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입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 못지않게 엄마들도 밀가루 놀이에 열중한다는 사실입니다. 딸과 함께 밀가루 위에서 마음껏 뒹굴던 한 엄마는 ‘육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옷에 밀가루가 묻어 잘 지워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즐거웠습니다. 엄마는 취재 때문에 어린이 공연 보러 다니는데, 정작 딸은 시간이 없어 못 보여주는 ‘아이러니(?)’를 한탄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영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놀이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놀이는 너무나 단순하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놀이에서 모든 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 공연은 ‘한 번 놀아보세요’라고 하는 거죠. 물론 집에서도 놀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조명이 있고 무대장치가 갖춰진 공연장에서 한 번 ‘놀아보는’ 것은,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예술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루야 가루야, 우리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곧 다른 공연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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