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사회사업가가 백억원이 넘는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재산을 모두 유족에게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최호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예금 백 23억원 모두를 연세대에 기부하겠다"
사회사업가 고 김운초씨가 생전에 가족 몰래 작성해 거래은행에 남긴 유언장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유언장에는 김씨의 날인이 빠져 있습니다.
재작년 김씨가 숨지자 유족들은 "유언장에 날인이 없어 무효"라며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연세대도 소송에 참여해 유언에 따라 예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양측에 재산을 반씩 나누라는 조정안을 냈지만 양측 모두 조정을 거부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는 결국 "유언장이 자필로 작성됐더라도 민법상 형식 요건인 날인이 없으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은행들은 예금 123억원 모두를 유족들에게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연세대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유갑호/연세대 대외협력처 국장 : 청구가 기각됐지만 고인의 유지대로 한국 사회복지 발전에 재산이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족들도 고인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성철/유족 : 고인은 사회사업을 원했어요. 인재를 키우기를 원했기 때문에 장학재단을 설립하려고 했습니다.]
날인이 없는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는 이번 판결로 생전에 남긴 재산을 사회사업에 쓰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받드는 일은 유족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