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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지가 유력지가 되기까지 4)

대통령 선거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모든 여론조사와 분위기는 공화당 닉슨 대통령이 민주당 맥거번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고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원수처럼 여기는 닉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지금은 민감한 선거운동 기간이라서 이정도로 넘어가고 있지만......닉슨 대통령의 평소 성격을 볼 때.....'

워싱턴 포스트지 주변은 회사의 존망을 걱정하는 무거운 분위기가 짓누르기 시작하고, 계속되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이른바 Wood-stein의 특종 행진도 주춤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도 있듯이,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10월 중순, 고립돼 있던 워싱턴 포스트지에 전혀 기대 하지도 않고 있던 곳에서 백만대군과도 같은 원군을 보내겠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당시 미국 3대 지상파 방송국 가운데 가장 잘 나가던, 특히 보도 부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CBS의 Walter Cronkite 앵커가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을 뽑을미국 유권자들이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뉴스 시간에 보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워싱턴 포스트지에 보도 협조를 부탁 한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방송국 앵커는, 우리나라 앵커들과 달리, 편집 부국장 또는 편집부장 겸 앵커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아이템 지시와 아이템 취사 선택에 깊숙히 관여합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미국의 모든 TV와 라디오 방송국들은 매년 정부, FCC로부터 허가를 갱신해야하기 때문에 대정부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CBS의 Walter Cronkite 앵커의 용기 있는 결정에 대해 당시 워싱턴 포스트지 간부들조차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집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관련자료를 얻기위해서 온 CBS 보도국 뉴스 프로듀서들은 워싱턴 포스트지가 그렇게 많은 장문의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기사를 보도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에 그림으로 쓸 만한 단 한 장의 문서도, 기사에 언급된 관련 인사들의 육성 녹음은 물론 사진조차 한 장도 없다는 사실에 이래서는 방송 뉴스로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데다, CBS 보도국 일부 간부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은 등장 인물도 너무 많고, 내용도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방송용이 아니라는 의견을 개진합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서 Walter Cronkite 앵커가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고 보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뉴스에 앵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시사 매거진 프로그램인 '60 Minutes'라는 포맷을 만든 명 뉴스프로듀서 Don Hewitt의, 지금까지도 미국 방송쟁이들이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는 명언을 통해, CBS 방송국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하기로 최종 결정합니다.

당시 보도국 회의에서 Don Hewitt는, "TV 뉴스에서 그림은 있으면 좋은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그림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림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방송기자들이 스스로의 영역을 좁히는 족쇄가 될 뿐이다. 뉴스의 생명은 메시지다. 메시지 전달에 그림은 한 도구 일 뿐이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TV 뉴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도 똥 같은 소리다. 시청자들을 과소 절하하지 말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은 훨씬 똑똑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은 뉴스를 보도 난 뒤에 내가 다른 사람보다 심각한 내용을 하나라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묘한 자부심에 휩싸일 때 그 뉴스를 보게된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것을 보기 위해 뉴스를 보겠는가? 뉴스를 만화 영화로 만들어봐라, 그래도 외면하는 사람은 끝까지 외면한다. TV 뉴스가 전 미국인들의 지적 수준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낮췄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하겠는가?", 이런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1972년 10월 27일, 금요일 밤,

Walter Cronkite 앵커가 진행하는 CBS 메인뉴스는 22분의 뉴스 시간가운데, 14분이라는, 미국 방송 역사상 단일 스토리로는 최장시간을 할애해서 워터게이트 사건 특집 1편을 내보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TV뉴스는 단일 사안으로 리포트 2개 이상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1일 동안 워터게이트 사건을 매일 집중 보도하겠다는 예고까지 내버립니다.

(저도 미국에서 Journalism 대학원에 다닐 때, 이 첫 번째 리포트를 봤습니다만, 수많은 등장 인물들의 still 사진과 워싱턴 포스트지의 관련 기사를 보여주면서 신문이 보도한 내용, 여기에 대한 정부의 반박 성명,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제기한 수많은 의문점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나열로 차있습니다.)

그날 밤, CBS 뉴스보도를 본 백악관은 발칵 뒤집힙니다.

공보담당관 Chuck Colson은 곧바로 Bill Paley CBS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들 혼 좀 나볼래, 죽으려고 그래" 라면서 협박을 하고, Bill Paley 회장은 곧바로 보도본부장인 Richard Salant를 불러서 "백악관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까, 무슨 조치를 취해야 되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CBS 보도본부장은 앞으로 11일 동안 매일 보도하겠다고 예고 방송까지 나간 상황에서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고, 길이를 좀 줄이고, 내용을 좀 순화시키겠다는 절충안을 냅니다.

결국 매일 10분이상 보도하기로 하고 만들어졌던 완제품 리포트가 7-8분 정도로 줄어들고, 내용도 약간 순화되지만, CBS 방속국은 11일 동안 매일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보도를 합니다.

방송의 위력은 무서운 것이어서, CBS 방송국의 보도로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미국 최고의 유력지로 부상하게 됐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워싱턴 포스트지라는 신문이 닉슨 행정부를 상대로 외롭고, 질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많은 언론학자들이, 만약 이 CBS 리포트가 없었다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결국 하야까지 했지만,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2년 넘게 끈질기게 보도해서 대통령을 하야시킨 장본인이 바로 워싱턴 포스트지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닉슨 재선 운동 본부와 공화당은 계속해서 워싱턴 포스트지의 워터게이트 사건 관련 보도를 민주당과 가까운 유태인 신문이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 벌이는 정치공작으로 몰아 부쳤고, 역대 최약이라는 맥거번 후보의 개인적 문제에, 당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있던 민주당의 내부 분열이 겹쳐지면서 예상했던대로 닉슨 대통령은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의 선거인단을 독차지하는 역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합니다.

기록적인 압승으로 재선에 성공한 닉슨 대통령, 그러나 국가의 단합을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모두에 대해 서슬이 시퍼런 복수의 칼을 휘둘러 보지만, 결국 자신의 명을 단축할 뿐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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