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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리더] 반 백년 장인의 꿈

요리사의 숙련된 손놀림으로 당근이 한 떨기 꽃으로 탄생합니다.

훌륭한 음식이란 신선한 재료,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필요한 법입니다.

거기에 반백년 장인의 혼이 담긴 [칼]이 있다면, 그 요리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주용부 사장(68세)/용호공업사 : 날이 서면 칼이 이렇게 면도도 한다고 이렇게 다 나가잖아. 우리가 손을 베었을 때 피가 안나죠. 그러면 회도 잘랐을 때 피가 안 날 정도로 되어야 영양가가 안 나오거든.]

인스던트 세상이라는 요즘 .

평생을 뜨거운 대장간에서 장인의 꿈을 키워온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

아련한 추억을 부르는 대장간 망치질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곳의 주인은 올해 고희를 앞둔 주용부 사장.

스테인레스와 같은 손쉬운 소재로 만든 세계의 유명제품과 맞써 50년 세월동안 칼을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10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화로 옆에서 무거운 망치질을 너끈히 해 내는 그의 모습.

마치, 그 옛날의 옹고집스런 장인을 다시 만난 듯 합니다.

[주용부 사장(68세)/용호공업사 : 여기에서 힘이 들어서 못하는 건 이걸로 때려 주고, 피아노 대장간 합창단이라고 이 소리하고 똑같잖아.]

그가 망치질 하는것도 특이하지만, 더욱 대단한 것은 아직도 그 옛날의 대장간에서 하던 전통 방식으로 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열처리로 강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쇠붙이를 두들겨서 만든 칼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가 빠지거나 쉬 물러지지 않습니다.

[주용부 사장 (68세)/용호공업사 : 옛날에 대장간에 가 보면 날을 이렇게 해서 이렇게 보잖아요. 보면 여기서 안 식고 여기는 식으니까 얇으니까 그래서 내버려두면 여기서 예열이, 여기가 뜨거워서 덜 식었으니까. 그래서 이 색깔을 보고서 자기가 맞는 색깔이다, 하면 그때 식혀 버리는 거야.]

주용부 사장이 맨처음 대장일을 하기 시작한건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6.25 전쟁이 나고 나니까 전쟁 때 부친이 돌아가셔서 동생들이 남동생하나, 여동생이 셋, 그렇게 넷인데 어머니 하고 도저히 어떻게 살수가 없잖아요. 목수는 못 살아도 대장장이는 잘 버니까 거기 가서 일을 해라.]

그 때 그의 나의 14살.

별다른 도구나 연장이 없었던 전쟁통에 칼은 계속 팔려 나갔고, 그는 거기서 칼을 만드는 법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얼굴 주름살 같은데 화상을 입어서 흉이 된거에요.]

화상 흉터가 주름으로 패일 정도로 대장간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이제, 자그마한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주문 물량이 밀려 있어도 꼭 한가지, 남에겐 절대 맡길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칼의 생명이라 할수 있는 '칼날'을 세우는 것.

날이 곧바로 서지 않으면 이가 잘 물러지고 칼의 본연인 날카로움도 갖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 수 있는 것도 고작 하루에 서너개.

천번 이상의 망치질과 연마질을 거친 칼의 가격은 35만원선.

하지만 그는 한치의 욕심이나 허영도 허락치 않습니다.

칼은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에 따라서 생명을 죽이는 무기도 될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 할수 있는 명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를 이을수 있는 명품'을 만들고픈 장인의 욕심은 요즘, 후계자 교육에 온통 집중되어 있습니다.

올해 39의 둘째 아들 영민씨.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아버지인 주용부 사장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일본 사람들은 군대도 안 보내는데, 그렇게 인정을 해 주고 국가에서 자본을 융자를 해주고 또 재래식 시장마냥 이렇게 해서 칼 만드는 축제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거 하는 사람은 인정을 안해주잖아. 위험하고 험한일이라.]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선 듯 하겠다고 나선 아들이 대견해 보일 뿐입니다.

[주영민/아들 39세 : 전에는 힘들어서 하기가 싫었는데 이제는 아버님이 오래 하셨고, 가업을 물려 받으려고 하니까 장인 정신으로 앞으로 열심히 배워서 좀더 공장도 크게 하고...]

모두가 가려 하는 쉽고 편한 길이 아니라, 고되고 힘겨운 길을 고집하고 있는 주용부 사장.

반 백년동안 이어져온 그의 고집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라지고, 식어가는 장인의 혼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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