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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그런 이익을 얻도록 함으로써 원래의 당사자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 배임이라는 죄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나오는 배임죄 규정을 제가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한 겁니다. 이 때 피해액이 5억원을 넘어가게 되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줄여서 '특경가법'이라고 합니다) 위반이 되어 처벌 수위가 더 올라가게 됩니다. 형법에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 즉 업무상 배임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특경가법상의 배임이 될 경우에는 먼저 5억에서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50억원부터는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각각 이런 재산상의 이익을 넘지 않는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대단히 무거운 처벌을 받는 죄라고 할 수 있지요. ■ 유전 의혹과 행담도 개발은 닮은꼴 사건 갑자기 제가 배임죄 말씀을 드리는 것은 요즘 세상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유전 사업과 행담도 개발 사업이 모두 이 죄와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것은 전국의 철도 사업을 관장하는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느닷없이 유전 개발에 나섰다가 수십억 원을 손해본 사건입니다. 뒤의 것은 전국의 도로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가 외국 자본을 유치해서 섬 주변을 매립해 대규모 해양휴게시설을 조성하려는 과정에서 사업이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계약서를 쓰는 바람에 자칫하면 큰 손해를 떠안게 생긴 사건입니다. 유전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왕영용 철도공사 본부장, 박상조 철도재단 본부장, 여기에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까지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자신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서 무리하게 유전 사업을 추진해 철도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겁니다. 피해액이 당연히 5억원을 넘으니 이른바 특경가법이 적용됐습니다. 행담도 개발 사업의 경우에는 아직 감사원의 특별 감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김재복 행담도개발주식회사 사장에 대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는 언급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법조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지요. 두 사건이 모두 경제부가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철도공사, 도로공사)의 일과 관련해 정치부가 담당한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뒤 법조팀이 맡고 있는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수순을 똑같이 밟게 됐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먼저 유전사업의 경우 안 그래도 요즘 국제 유가가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사할린에서 유전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큰 도움이 됐겠지요. 마찬가지로 행담도의 종합 해양휴게시설이 외자가 예정대로 유치되어 제대로 추진되어서 사업이 성공한다면 그 또한 국가적으로 좋은 일일 겁니다. 그렇게 되기만 했다면 다소간 절차에 문제가 있더라도 큰 칭찬을 하지 않았을까요. ■ 성공했더라면 아무도 절차등 문제제기 못해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할린 유전 개발 사업은 아예 계약 초기에 무산되고 말았고 행담도 개발 문제도 사실상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김재복 사장은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본인이 검찰에 수사의뢰될 상황에서 어느 정도나 현실성이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저희 뉴스에서 지적했듯이 행담도 개발이 원래 계획대로 잘 된다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완공한 서해안 고속도로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판이니 잘 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항상 실패의 위험이 있는 것이고 실패했다고 해서 배임의 책임을 묻는대서야 정책 담당자들이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죠. 외환위기 당시 강경식 부총리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환란의 책임을 지고 구속 기소가 됐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고 경기지사까지 지냈습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도 '경영판단이론'(business judgement rule)이라는 것이 있어서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를 갖고 내린 경영상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실패해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결정을 내린 이사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책적인 부분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인데요, 이렇게 정책 추진도중 문제가 생기거나 실패를 했다고 해서 배임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물론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무죄 판단을 내리게 되겠지만 단순한 정책 실패와 이들 사건은 출발이 다르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실패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사업일수록 더욱 꼼꼼한 검토를 거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인데, 이런 사업들이 한건주의 식으로 이렇게 추진되면 그 책임은 결국 전체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런 것이 단순히 한건 해본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누군가 비정상적인 이익을 얻는 것에 연결돼 있다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유전 사업만 하더라도 사업이 도중에 좌초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계속 사업이 추진되고 몇 십억원 정도가 아니라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갔다면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계속 늪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지 아찔한 일입니다. 물론 아직도 사할린 유전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만 사업 추진을 한 사람들이 제대로 경제성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행담도 개발도 그렇습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의 비상식적인 참여 문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미 대규모 매립 공사는 70%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교통영향 평가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고속도로가 유일한 접근로인 대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한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전문가들이 잘 알 겁니다. 도로공사 이사회에서도 고속도로 혼잡 등이 발생할 경우 '난리가 나서' 도중에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정도니까요. 이런 사업을 하면서 사업이 안 되면 모든 책임을 도로공사가 진다는 계약을 하고 각종 보증까지 섰으니 이런 비상식적인 사업 추진이 '한 때 외자 유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을 지금의 잣대로 보지 말라'는 말 한마디로 해명될 수 있는지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이 어디 이 뿐일까 하는 겁니다. 아직 정체도 뚜렷하지 않은 S프로젝트도 그렇습니다만 만약 이런 식으로 일들이 추진되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일이 잘 드러나지 않아 한참 진행된 뒤에야 검증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국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국가와 국민을 위험으로 내몰 수는 없다 개인이나 기업은 벤처 정신으로 일해도 좋습니다. 오히려 그런 도전 의식이 장려될 일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일은 그보다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자세로 일해야 하고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상대적으로 강한 신분 보장도 하는 겁니다. 자신의 자리에 대한 염려 때문에 시류에 너무 편승하지 말도록 하는 안전핀 역할을 하는 겁니다. 아무리 더 이상 공직이 철밥통이 아니라고 해도 민간 부문에 비해서는 공직자들의 신분 보장이 더 강합니다. 그런 공무원들이 나라 일을 벤처 하듯이 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들은 끊임없이 쓰러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해도 괜찮지만 나라가 쓰러지면 모든 국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상식적인 절차로 일이 추진되다보면 관련된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이익을 탐할 유혹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관리 감독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자꾸 이런 정책과 관련된 일이 배임이니 뭐니 해서 서초동으로 넘어오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정책 실패와 배임의 차이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그런 이익을 얻도록 함으로써 원래의 당사자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이 배임이라는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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