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중해 문명기 4권--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6장. 오디세이아와 귀환 1. 텔레마코스 2. 목욕 문화 3. 키클로페스 4. 세이렌 5. 스킬라, 칼립소, 키르케 6. 페니키아 7. 페넬로페 8. 상봉과 최후--오늘 이야기 8. 상봉과 최후
◆1. 곤경에 처한 오디세우스
청혼자들이 페넬로페를 앞에 두고 벌이는 만찬에 오디세우스도 참석했다. 그러나, 찬밥신세였다. 청혼자들이 거렁뱅이 차림의 오디세우스를 멸시하고 밥도 주지 말라면서 푸대접했기 때문이다. 청혼자 가운데 가장 성정이 고약한 안티노우스는 오디세우스를 구박하다 못해 폭행까지 하는데... 오디세우스는 그래도 꾹 참았다. 그러는 사이 더 험악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타카에서 거리의 방랑자로 살아가는 거구의 게으름뱅이 이루스와 오디세우스가 결투를 벌이도록 청혼자들이 유도한 것. 오디세우스를 때렸던 안티노우스가 적극적으로 싸움을 붙였다. 오디세우스를 혼내 줄 요량이었지만, 허름한 노인 차림의 오디세우스를 오해한 데서 빚어진 일. 아카이아 연합군의 용장 오디세우스를 덩치만 큰 이루스가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루스는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오디세우스는 그를 아주 보내버릴 수도 있었지만, 자칫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살살 해뒀다. 최후의 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유모 유리클레이아가 오디세우스를 목욕시켜주다가 상처(오디세우스가 어릴적 외할아버지가 살던 파르나소스산 근처로 놀러 갔다가 멧돼지에게 물려 난 상처)를 보고 오디세우스임을 알아챘지만, 아직 페넬로페는 모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시치미를 떼고 아내와 마주해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 페넬로페는 자신이 청혼자들의 압박속에 얼마나 힘들게 정절을 지키며 살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오디세우스는 그런 아내가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빼어난 미모의 여신들이 자신을 유혹할 때 이를 물리치고 고향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페넬로페는 걸인 나그네 차림의 오디세우스를 몰라보고 말한다.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나는 내일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합니다. 내 남편 오디세우스가 쓰던 활이 있어요. 남편은 도끼 12자루를 일렬로 세워놓고 활을 쏴 도끼자루를 꿰뚫었답니다. 이제 내일 남편이 쓰던 활로 시합을 벌여 내 남편 오디세우스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따라가 결혼할 참입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이 집을 아들에 주고 떠나야지요." 힘없이 말하는 페넬로페에게 오디세우스가 부추긴다. "그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 활은 반드시 남편 오디세우스 차지가 될 것입니다." 페넬로페는 순간 노인의 말대로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남편이 돌아와 자신의 활을 갖고 경기를 이기고 청혼자들을 물리쳐 주길 간절히... 그러나, 20년 동안 소식없던 남편이 갑자기 돌아올 수 있을까? 허망한 꿈일 것이라는 생각에 슬픔이 복받쳐 올랐다. 하루 뒤면 사랑했던 남편 오디세우스와 정겹게 살던 집을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았다. 남편 생각이 더없이 간절해졌다. 폭포수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다. 청혼자들도 잠자리에 들었다. 일부는 하녀들과 희희낙락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경을 칠 것들". 오디세우스는 꼭 징벌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문간에서 잠을 청했다.
◆2. 복수와 상봉
아침해가 밝았다. 페넬로페는 다락방으로 가서 남편 오디세우스의 흰색 활과 화살통을 가져왔다. "청혼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예절을 버리고 남편도 없는 우리집에 들어와 저랑 결혼할 욕심으로 집안 재산을 물쓰듯 하셨죠. 그러나 과거는 묻지 않겠습니다. 이제 결정의 시간이 왔습니다. 여기 내 남편이 쓰던 활이 있는데, 이활을 구부려 화살을 쏘아서 12자루의 도끼를 뚫는 분께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청혼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활을 어떻게 당겨 쏠 것인가? 쏘지 못하면 페넬로페는 다시 혼자 살 것 아닌가! 청혼자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인이 돌린 술잔을 받는 순서대로 활을 쏘기로 했다. "까짓 것 시도해보고 걱정은 나중에 하자." 하나 둘 청혼자들이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어느 누구도 활을 쏘지 못했다. 페넬로페의 또다른 계략에 말려든 것인가! 청혼자들의 좌장격인 안티노우스가 나섰다. "자 오늘 안에 끝낼 일이 무예 있겠소. 안되면 내일 다시 하도록 합시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나섰다. "제가 한번 활을 쏘면 어떻겠습니까?". 청혼자들이 깜짝 놀라 손사레를 쳤다. "무엄한 놈. 감히" 이때 페넬로페. "그만들 두세요. 설혹 저 노인이 활을 쏘는데 성공한다고 한들 저랑 결혼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그러니, 걱정말고 쏘게나 해보십시다. 활을 쏘는데 성공하면 큰 상금을 내리면 됩니다." 어수선한 사이 아들 텔레마코스가 나섰다. "어머니 아직 이 집안의 주인은 접니다. 어머님은 잠시 방에 들어가 계시지요."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활을 쏘고 난 뒤 청혼자들을 처치하는 끔찍한 장면을 어머니가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페넬로페가 들어간 사이... 오디세우스는 예전에 자신이 쏘던 활을 받아 들고, 거뜬히 도끼 12자루를 관통시켰다. 다음은?
활극이 벌어졌다. 그것도 일방적인 살상극이었다. 오디세우스는 활로 백여명이 넘는 구혼자들을 하나씩 처단했다. 맨 먼저 이타카의 지도자로 자부하면서 페넬로페를 괴롭힌 것은 물론 오디세우스를 핍박하던 안티노우스가 오디세우스의 화살에 목을 맞고 쓰러졌다.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화살을 쏴 모두 명중시켜 구혼자들을 저승길로 보냈다. 화살이 떨어진 뒤에는 창이며 칼을 들고 닥치는 대로 베고 찔렀다. 좀 의문은 남는다. 그많은 구혼자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저항도 안했단 말인가? 물론 했다. 그러나, 구혼 시합에 앞서 그들이 가져온 무기들을 텔레마코스가 걷어 안쪽에 둔다면서 숨겨 놓았기 때문에 제때 무기를 손에 넣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무기를 찾아 응수했지만,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이들이 던진 창이 빗나가게 만들었다. 구혼자 모두를 학살하고 난 다음 조치는? 구혼자들과 내통하던 하녀와 하인들 처리.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챘던 유모 유리클레이아를 불렀다. 어느 하녀가 구혼자와 밀회를 즐겼는지 유리클레이아가 남김없이 고했다. 궁정에 있던 50명의 하녀 가운데 10명이 구혼자들과 정을 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인 멜란디우스. 구혼자들과 내통하며 특히, 오디세우스가 복수극을 펼칠 때 구혼자들에게 무기를 되돌려 준 그는 잔인하게 처형됐다. 멜란디우스의 코와 귀가 잘렸다. 남성의 상징도 도려냈으니... 아! 그것도 모자라 사지를 절단시켜 죽였다. 여기서 복수극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테나 연신의 도움으로 활극이 벌어지는 동안 깊은 잠에 빠졌던 페넬로페가 하녀들 도움으로 잠에서 깨 밖으로 나왔다. 잠자는 사이 벌어진 일을 페넬로페는 믿기 어려웠다. 무례하던 구혼자들은 온데 간데 없고... 누더기 남자가 자신의 남편 오디세우스라니... 아들 텔레마코스도 유모 유리클레이아도 오디세우스가 틀림없다고 말하지만 페넬로페는 믿을 수 없었다. 페넬로페는 신중한 여인이었다. 자기가 남편이라고 말하는 오디세우스를 시험하기로 했다. 우선 짐짓 남편임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말한 뒤, 잠자리를 마련하게 방에 있던 나무침대를 버리고 호화로운 새 침대를 갖다 놓으라고 명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명이었다. 20년만에 남편을 만났으니 멋진 침대에서 사랑을 속삭여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나무 침대는 오디세우스가 신혼시절 손수 만든 것이었다.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를 위해 온갖 정성과 노력을 들여 사랑의 징표로 만든 침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진정 오디세우스라면 자신이 아내에게 준 사랑의 선물을 낡았다고 해서 밖으로 내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디세우스는 침대를 만든 과정을 설명하며 침대를 실어내면 안된다고 말했다. 페넬로페는 그제서야 진짜 남편이 돌아왔음을 믿게 됐다.
◆3. 비극적인 최후
페넬로페는 마침내 남편 오디세우스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둘의 입맞춤은 끝을 몰랐다. 20년간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편이 돌아왔다니... 기다림에 지쳐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새출발 하려는 터에 나타난 남편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20년 회한의 세월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오디세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신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아름다운 여신들의 유혹도 뿌리치고 선택한 아내와의 재회. 천진만고 끝에 돌아와 만난 아내는 자신만을 그리며 정절을 지키고 집안을 이끌었으니...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둘은 참으로 오랜만에 잠자리에 들었다. 20년 간직해온 회포를 글쎄 짧은 하룻밤으로 풀 수는 없는 일. 아테나 여신이 아이디어를 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해를 늦게 뜨도록 만든 것. 해뜨는 시간을 지연시키니 둘은 밤인 줄 알고 마음껏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요즘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무한의 시간속으로 행복여행을 떠날 텐데... 꿈같은 해후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오디세우스는 아버지 라엘테스를 찾아 그동안 안녕하셨는지 안부를 여쭈었다. 그리고는 살해된 청혼자들의 가족을 만났다. 가족들은 소중한 자식이나 동생, 형을 잃고 애통해 하는 심정으로 복수의 칼을 갈았다.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도움을 얻어 역시 이 문제도 극복해 냈다. 이렇게 주변정리를 마친 오디세우스 가정에 행복이 다시 깃들었다. 오디세우스의 궁정에는 화목한 웃음꽃이 매일같이 피어올랐다. 라엘테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부부, 그리고 아들 텔레마코스. 나머지 식솔들도 제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다룬 [오디세이아]는 이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해피엔딩. 그러나, 일부 전설은 아주 다르다.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오디세우스는 방랑 도중 한때 요정 키르케와 살았다. 여기서 아들 텔레고노스가 태어났다. 청년으로 자란 텔레고노스는 어머니 키르케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디세우스를 찾으러 이타카로 왔다. 배를 대고 상륙한 텔레고노스는 먹이감을 구하기 위해 소떼를 공격했다. 이때 왠 노인 한명이 텔레고노스를 저지하고 나섰다. 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텔레고노스는 남자를 죽이고 말았다. 알고 보니 아버지 오디세우스.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가 실수로 아버지를 죽인 텔레고노스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때는 늦었다.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어머니 키르케에게 가져갔다. 이때 남편의 시신과 떨어지기 싫었던 아내 페넬로페도 텔레고노스를 따라갔다.
요정 키르케는 한때 연인이던 오디세우스의 시신을 처리한 뒤, 뜻밖에 아들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를 결혼시켰다. 이 무슨 가당치 않은 일인가? 더욱 기가 막힌 이야기.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와 결혼했다. 한 남자가 두명의 여자에게 아들 한 명씩을 낳고, 남자가 죽자 아들들이 각각 의붓어머니와 결혼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하긴... 중국 북방을 주름잡으며 중국왕조를 전복시키던 기마 민족들의 풍습은 왕이 죽을 경우 대를 이은 아들이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를 제외하고 아버지의 후궁들을 물려받았다. 신화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니...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사이에서 이탈로스가 태어났고, 텔레마코스와 키르케 사이에서는 로마의 시조 여성 로마가 태어났다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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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상봉과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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