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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핵 가진 기분이 어떤가요?" 이웃에 사는 파키스탄 외교관이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초대해 식구들과 함께 놀러 갔습니다. 무려 40명을 부른 큰 자리였습니다. 저처럼 이웃도 있고 국무부 관리들이나 각국 외교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파키스탄의 외교관을 만났으면 Khan 박사와 북한 핵의 연관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욕심은 집주인의 난처해 하는 표정 탓에 곧바로 꺾어야 했습니다. 대신 기사는 안되지만 늘 궁금하던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도대체 핵을 가진 기분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더니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핵은 우리에게 전부입니다.” 첫 마디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핵은 우리에게 전부입니다" --- 지난 74년에 인디아가 핵 실험을 실시하자 마자 우리도 핵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총리의 말이 이랬습니다. “We will eat grass, and we will have nuclear bombs.” (우리 말로 해석하자면 “풀을 뜯어 먹고 사는 한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 정도가 되겠지요.) 핵 개발에 돌입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실제로 풀을 뜯어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제재가 파키스탄 경제를 매서운 혹한 속으로 몰아 넣었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이 굶주리면서 핵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기를 근 10년 결국 우리는 핵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그 날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파키스탄 국민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입니다.
바로 파키스탄의 생존을 영원히 보장 받은 날입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인디아의 위협에 떨며 지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혹독하게 제재를 가하던 미국도 결국 우리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제재는 커녕 자기네 F-16을 우리에게 팔겠다고 나서지 않습니까? 만일 핵이 없었다면 오늘의 파키스탄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인디아의 공격으로 아예 나라가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바로 핵의 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옆에 서 있던 한 파키스탄 기업인은 “우리에게 핵이 없었으면 벌써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를 뒤엎고 구미에 맞는 정권을 세웠을 것”이라고 외교관이 꺼내기 힘든 말을 대신 거들기도 했습니다.
제게 “핵 가진 기분”을 설명하는 파키스탄 외교관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마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밝은 햇살을 바라보는 듯한, 희열까지 느껴지는 그런 표정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북한 생각이 났습니다. 핵에 모든 것을 걸고 벼랑 끝 전술에 나서야 하는 북한의 입장이 노무현 대통령 말 대로 이해 가는 면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북한의 생각도 파키스탄과 다를게 없을 것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가슴 속에 답답함이 가득 몰려왔습니다. ‘핵이 모든 것이다’ 그러면 핵을 포기하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뜻 아닙니까. 6자 회담을 비롯한 모든 외교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해법을 찾을까요? 우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난감한 일입니다.
워싱턴에 온지 일년 2개월. 그 동안 제가 서울로 보낸 리포트를 대충 셈 해보니 북핵 관련 리포트만 아침뉴스, 저녁뉴스 모두 합해 100개에 육박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100개의 리포트가 방송되는 동안 북핵 문제는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유엔 안보리 회부설이니 핵실험설이니 해서 위기만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북핵 기사 쓰기의 난감함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워싱턴 특파원들이 은연중에 공유하는 기사 작성의 원칙은 이렇습니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시각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 당국자의 책임 있는 발언이든, 학자의 소신이든, 소문을 전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이든 잘 종합해서 기사에 반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당국자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소문과 주장은 분명히 권력 내부의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하기 마련이고 거꾸로 소문과 주장이 점차 구체화 돼 공고한 정책으로 입안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항상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쳐 마음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이거 너무 미국 입장만 전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 안보 상업주의 소리 듣는 것 아니야’ 게다가 소문 갖고 국민들 불안하게 만들지 말라는 서울의 일부 목소리도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 걱정 마시라고, 북핵 문제는 결국 잘 풀려갈 테니 시름 놓으시라고 리포트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SBS 워싱턴 특파원이 요즘 유행하는 말 대로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이해하고 제 리포트를 시청하시기만을 바라면서 오늘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주제로 리포트를 ‘쏴’ 보냈습니다. |
"핵은 모든 것입니다"
BR BR BR "도대체 핵 가진 기분이 어떤가요?" BR 이웃에 사는 파키스탄 외교관이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초대해 식구들과 함께 놀러 갔습니다. 무려 40명을 부른 큰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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