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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사들을 혼낸다고...

검사들의 반란(?)이 요 며칠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됐습니다. 평검사들이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전국의 각 검찰청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더구나 지난 4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서 그 전

검사들의 반란(?)이 요 며칠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됐습니다. 평검사들이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전국의 각 검찰청에서 회의를 열었습니다. 더구나 지난 4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서 그 전날 밤에 있었던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한승헌 사법개혁추진위원장 사이의 합의를 '밀실 타협'이라고 규정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신들의 수장에 대해 사실상 '항명' 수준의 반발을 한 셈입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인 사안입니다. 법원과 검찰 대표는 물론이고 변호사들과 법학 교수 등이 모여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논의가 1년 하고도 넉달 동안이나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사실 언론을 통해 이렇게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은 대검찰청에서 수도권 검사장들을 불러모아 긴급 간담회를 열고 평검사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평검사 회의'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 검사들 집단 행동 때까지 국민들 영문도 몰라

사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갑자기 검사들이 거의 단체 행동과 비슷한 수준의 심야 회의를 열고는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이 매우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도대체 참여해 봐야 할 논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죠. 언론을 통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제일 직접적인 이유일 겁니다. 현재의 거대, 복잡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말 언론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그래서 다시 할 수도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검찰, 그리고 법무부 대표까지 참여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 논의 속에 참여해 있었으면서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일을 꾸민 것처럼 집단으로 반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이죠.

일면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검사 동일체 원칙은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전국의 검찰이 무슨 검찰청 별로 따로 운영되는 조직도 아니고, 법무부와 대검이 법무·검찰의 대표성을 갖고 이 논의에 줄곧 참여해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물론 대표로 간 사람들이 전체 검사들 가운데서 능력이 떨어져서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그런 상황도 아닙니다.

■ 주요 논의 방향 최근 갑자기 바뀌어

하지만 최근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논의 전개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우려스런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직간접적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가늠해보면 사개추위의 논의가 조금은 성급하고, 또 너무 용감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죠. 더구나 5월 9일 사개추위 실무위원회(차관급 회의)와 16일 본 위원회(장관급) 일정을 앞두고 주요한 내용들이 너무 왔다갔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언론을 통해서 이미 공개된 부분만 살펴봐도, 원래 증거법칙을 다루게 되는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는 장기 연구 과제로 두고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특별 규정을 두기로 했다가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난달 중순 공청회에서 지적되자 그 때부터 아예 형소법을 개정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이 그 시작이고 그 이후로도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검사의 피고인 신문권이 폐지되는 쪽으로 갔다가 다시 살아났고 법정에서의 조사 과정에 대한 증언 자격이 처음에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으로 제한되어 있다가 경찰관도 포함시키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조사 과정을 녹화한 영상물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아예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배제하기로 했다가 3가지 방안을 복수안으로 채택했습니다.

물론 뒤의 구체적인 내용상의 변화는 검찰측 의견을 받아들여 그렇게 바꿨다는 것이기는 한데 이렇게 중요한 형소법의 내용들이 누가 몇 명 모여서 반발하면 이쪽으로 바뀌고 하는 것은 애초에 논의 구조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만약 정말 깊이 있고 체계적인 논의가 바탕이 되어서 나온 결론이었다면 누가 좀 반발을 한다고 이렇게 내용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지 않을까요.

■ 집단 반발한다고 내용 바뀐다면 신뢰 얻기 어려워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검사들의 반발이 영 일리가 없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검사들이 그렇게 집단 반발하기 전에는 법무부나 검찰에서 그런 의견을 내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게 분명합니다. 그건 사개추위의 자료에도 검찰이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왜 집단 반발을 하는 상황에 이르자 부랴부랴 내용을 바꿨느냐는 것이죠. 그리고 만약에 반발이 더 거세지고 파문이 확산된다면 다른 부분은 또 바뀌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새로 바뀌는 형사사법제도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만한 신뢰를 부여해야 할까요. 저는 다른 모든 문제보다 이번 파문이 가져다 준 이른바 사법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의 상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금은 다들 상황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만 국민들은 이미 이 문제가 전문가들이 오로지 국민들이 더 나은 형사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댄 결과가 아니라는 의심을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부랴부랴 청와대가 나섰습니다. 5일에는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찰에 지시 공문을 보내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는데, 6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검사들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런 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을 법무부에 주문했습니다. 대변인 공식 발표가 끝난 뒤 배경 설명 과정에서는 검사 대표들이 일과시간에 모여서 회의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했답니다. 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검사 대표들(각 부의 수석 검사들입니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선 입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평검사들도 공무원인 만큼 장관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렇게 압박을 하면 아무래도 우선은 위축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지휘와 복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또한 그런 엄포로는 일반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 사법 개혁이라는 작업에 대한 의구심까지 깨끗이 씻어내기는 더욱 어려울 겁니다. 일부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 붙이는데, 이번 사안에는 여러 집단이 관련되어 있고 굳이 말한다면 검찰 말고도 집단 이기주의 양태를 보이는 곳이 더 있습니다.

■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 제대로 봐야

아무쪼록 사개추위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이번 파문이 일어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게 고민해서 현명한 해답을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그냥 급하다고 대충 때워놓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정말 해방 이후 처음으로 시작한 사법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대형 국책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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