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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보 규정, 청와대 지시?②

곧바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늦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요즘 법조 관련한 일이 많습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와 검찰 사이의 공방도 있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중인 유전개발 의혹

곧바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늦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요즘 법조 관련한 일이 많습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와 검찰 사이의 공방도 있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중인 유전개발 의혹 수사도 있고요.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 이어서 쓰려고 했던 것이 며칠이나 밀렸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는 주로 검찰에서 발표했던 피의사실 및 수사상황 공표 금지 방침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보를 하거나 취재기준을 어긴 기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방침도 전해드렸죠. 마지막에는 이런 방침에 대해 각 언론에서 일제히 비판하는 기사를 제법 크게 다뤘다는 내용도 말씀을 드렸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김종빈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 새 공보방침 발표 직후 검찰총장 간담회 열려

원래 이런 일을 염두에 두고 잡은 일정이 아니라 김 총장이 부임한 뒤 첫 간담회를 갖기로 하고 미리 약속을 잡아 두었는데 하필이면 대대적으로 검찰의 공보 방침이 국민의 알권리를 도외시한 것이라는 비판 보도 직후에 간담회가 열리게 된 겁니다.

이날 간담회에 SBS에서는 대검을 담당하고 있는 손석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찰의 공보 방침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유력 정치인들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또 청와대의 압력 때문은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고요. 특히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수사기관이 결정하겠다는 발상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을 했다고 합니다.

김종빈 총장은 간담회 내내 그 전날 있었던 공보 지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대 언론 정책이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당장 유전개발 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잘못하면 내가 감찰 대상이 된다"며 브리핑을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존에 하던 대로 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공연히 걱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 김종빈 총장, "기존에 하던 대로 하겠다, 걱정마라"

문제는 그렇다면 왜 그런 발표를 했느냐는 것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특히 오보 운운하는 대목은 기존의 검찰 내부의 공보 규정에도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떤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삽입됐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기자들이 볼 때는 아무래도 검찰 윗선에서의 지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의 출입기자 등록에 관한 규정에는 오보를 내는 기자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제가 아는 한은 오보에 대해 출입처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유일한 명문 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정상명 대검 차장이 발표한 자료의 작성자는 대검찰청 소속 연구관이고 그 위로 지휘계통을 보면 기획과장, 기획조정부장(검사장), 차장, 검찰총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인사에서 담당 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 바뀐 사람들입니다. 누군가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서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김종빈 총장의 말은 법의 날을 맞아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기존에 있던 원칙을 한 번 더 언급했을 뿐이라는 것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SBS의 정승민 기자에게 이렇게 확인을 해줬습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노대통령이 지시한 사안이다. 지난해 8월 안상수 인천시장 관련 수사를 지켜보면서 노대통령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피의사실 공표 개선을 지시했다. 수사과정에서 인권 보호 대책을 세우라는 게 지시의 골자였다. 그래서 부처(법무부, 검찰)에서 대책을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라고 말을 한 것이죠.

■ "새 검찰 공보지침의 출발점은 역시 청와대였다"

결국 이런 공보 지침의 출발이 청와대였다는 것이 확인이 된 겁니다. 전날 기자 회견장에서 이준보 대검 기조부장이 "민정수석실에서 원론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고..."라고 얼버무린 부분은 결국 청와대에 의해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시'였음이 드러난 겁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한 것처럼 포장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 듯한데, 결국 경위가 모두 드러난 것이지요.

실제로 그런 발표 이후로도 검찰은 유전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된 주요 피내사자의 소환 방침이나 영장 청구 여부 등 기본적인 수사 상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종빈 총장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니만큼 당연히 수사 상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결국 적어도 현재는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법이 있는 한은 지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도 했습니다. 전에도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대법원에서는 판례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상당한 범위에서 면책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실정법을 어기는 것은 맞는 것이 되고 그 다음에 책임을 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검토되는 것이니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이 언제든지 연출될 수가 있습니다.

■ 피의사실 공표 문제, 근본적인 대책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비현실적인 법률 조항은 빨리 변경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여기에도 명예훼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요건, 즉 공익성 등등을 충족시킬 경우에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이런 비생산적인 논란도 종식될 수 있을 겁니다. 언론 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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