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중해 문명기 4권--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5장. 트로이 함락 1. 트로이 목마 2. 트로이 함락과 대학살 3. 카산드라 4. 라오콘 5. 프리아모스 6. 안드로마케 7. 아스티아낙스, 헬레노스 8. 폴릭세나 9. 헬레네 고향으로 10. 아가멤논의 죽음 11. 오레스테스의 복수--오늘이야기 12. 고대 그리스의 불륜
11. 오레스테스의 복수
◆1. 오레스테스 인생역정 부정(不貞)이 빚은 살인극은 완전범죄에 이르지 못했다. 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이고, 자식들을 이리저리 귀양 보내거나 가두는 것으로 사태가 해결됐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너무 똑똑했다. 어머니의 추방조치로 물러설 운명이 아니었다. 멀리 포키스에서 자라던 큰 아들 오레스테스가 돌아왔다. 오레스테스는 누나 엘렉트라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픈 진상을 전해 들었다. 오누이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와신상담(臥薪嘗膽). 복수를 향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여기서 잠깐 오레스테스의 인생역정부터 살펴보자.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큰 아들 오레스테스. 그는 어려서 일찍 세상을 하직할 뻔했다. 앞서 [18. 미시아왕 텔레포스] 편에서 자세히 살펴봤지만, 미사아에 살던 헤라클레스의 아들 텔레포스가 아킬레스의 창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신탁 결과, '결자해지(結者解之)'. 상처를 입힌 아킬레스가 치료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텔레포스는 용감하게 아카이아 진영으로 갔다. 아가멤논은 당시 클리템네스트라의 남편 탄탈로스를 죽이고 그녀를 강제로 빼앗은 뒤 아들 오레스테스를 낳은 상태였다. 아가멤논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클리템네스트라는 텔레포스에게 오레스테스를 납치해 치료를 요구하면 아카이아 연합군측이 들어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텔레포스는 그대로 행동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긴 오레스테스. 그에게 인생의 험난한 고비는 또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트로이 참전. 이어지는 어머니의 부정. 전쟁이 빚어내는 종종 빚어내는 비극으로 동서고금에 예외가 없다. 아버지 없는 궁정에서 어머니가 외간 남자를 끌어들이고, 부정이 탄로날까 불안에 떨고 있던 클리템네스트라는 아들을 멀리 보내버리고... 오레스테스가 맡겨진 곳은 멀리 포키스의 스트로피오스. 일설에는 누나 엘렉트라가 동생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보고 스트로피오스에게 맡겼다고도 한다. 또, 아이기토스와 클리템네스트라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면서 오레스테스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여긴 오레스테스의 유모가 스트로피오스에게 데려다 줬다는 설도 있다.
스트로피오스는 누구인가? 아가멤논의 여동생 아낙시비아와 결혼한 터였다. 그러니, 스트로피오스 입장에서 오레스테스는 처조카요, 오레스테스가 보면 스트로이포스는 고모부였다. 스트로피오스는 자신의 아들 필라데스와 오레스테스를 형제처럼 지내도록 하며 잘 길렀다. 이종이자 고종 사촌지간인 오레스테스와 필라데스는 이후 평생 모험을 함께 하며 위험을 극복해 나가는 친구가 된다. 필라데스는 나중에 오레스테스의 누나 엘렉트라와 결혼하게 되니 둘은 금란지교(金蘭之交)의 우정을 넘어 처남 매부의 관계로도 발전했다.
◆2.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템네스트라를 죽이다 철부지 소년에서 점차 용감한 청년으로 자란 오레스테스. 트로이 전쟁 승리의 주역인 총사령관 아가멤논, 즉 자신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그 사연을 알게 되자 참을 수 없는 분노속으로 빠져든다. 특히 아이기스토스도 그렇지만, 어머니의 행위를 용서하기 어려웠다. 바람났으면 그만이지 아들을 멀리 보내고 남편까지 죽이다니... 마침내 오레스테스는 아폴론 신전으로부터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라는 신탁을 얻었다. 인간적인 증오에 신의 지시까지 얻자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칼을 잡고 행동에 들어갔다. 오레스테스는 4촌이자 평생의 맹우 필라데스와 함께 아버지 아가멤논의 무덤으로 가 머리를 잘라 바치면서 복수를 결의했다.
마침내 아가멤논이 죽은 8년 뒤 오레스테스는 비정의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일 기회를 얻었다. 오레스테스의 복수극은 치밀하게 준비됐다. 먼저 포키스의 스트로피오스는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문을 냈다. 이어, 오레스테스는 변장을 하고 미케네로 들어왔다. 오레스테스는 "오레스테스가 죽었는데 유해를 어찌해야 할지 물으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들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클리템네스트라. 보통이라면 슬퍼해야 할 터이지만 그녀에게는 앓던이가 빠진 겪이었다. 이제 자신의 부정과 아가멤논의 죽음에 대해 복수할 수 있는 인물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후련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출타중이던 아이기스토스를 불렀다.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클리템네스트라 보다 더 들뜬 마음으로 돌아온 아이기스토스는 궁정 의자에 앉자 마자 여행객으로 변장한 오레스토스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문제는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 아이기스토스는 죽였지만, 차마 친모를 살해할 수 있을까? 후기의 비극 작품들은 클리템네스트라가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필라데스가 오레스테스에게 아폴론 신탁을 되새기며 행동을 요구했고, 결국, 오레스테스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어머니의 목을 베게 된다. 오레스테스는 이 문제로 법정에 서야 했다. 아테네의 살인 재판전인 아레오파고스에서 친모 살인죄로 재판이 진행됐다. 고대 그리스의 재판은 오늘날 미국식처럼 철저한 배심원제였다. 시민중에서 뽑힌 배심원들의 다수결로 죄의 유무를 갈랐다. 의견은 팽팽하게 둘로 나뉘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정당했다는 주장과, 그래도 친모를 죽일 수는 없다는 공박. 이에 재판장인 아테나 여신이 오레스테스의 무죄를 결정했다.
초기 저작인 [일리아드]는 물론 [오디세이아]에도 아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를 죽여 복수한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고전기 그러니까, B.C 5c 비극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 속에 이런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전승으로 내려오는 사건을 극화(劇化) 하는 과정에서 더욱 흥미진진한 자극적인 요소를 넣다 생겨난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3. 이피게니아와 귀환 오레스테스는 어머니 살해에 대해 현실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신들의 용서도 받아야 했다. 과거 헤라클레스가 광기에 사로잡혀 아내와 자식을 죽인 뒤 10년간 10가지 봉사를 했던 것처럼 죄를 용서받는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레스테스에게는 타우리스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가져올 경우 죄값을 깨끗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델피 아폴론 신전 피티아로부터 나왔다. 오레스테스는 친구 필라데스와 함께 타우리스로 갔다. 그러나, 타우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오레스테스 일행은 현지 주민들에게 포로로 잡혔다. 여기서 오레스테스는 뜻하지 않게 누나와 상봉하게 된다.
이피게니아는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큰 자식이다. 아가멤논이 트로이로 가는 순풍을 얻기 위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바친 딸.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는 그녀가 죽은 줄로 알았지만, 실제 아르테미스는 이피게니아 대신 사슴을 희생시키고 이피게니아를 타우리스로 데려가 자신의 신전 신관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제 아가멤논도 클리템네스트라도 모두 죽은 뒤 이피게니아는 포로로 잡힌 오레스테스로부터 타우리스에 온 연유를 전해듣고 자신의 동생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피게니아는 고민 끝에 자신이 신관으로 있는 신전에서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훔쳐 동생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오레스테스는 누나와 함께 아르테미스 신상도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4. 헤르미오네와 결합 오레스테스는 4촌이자 외사촌인 헤르미오네와 어려서부터 사랑을 나눴다고 앞서 살펴봤다. 메넬라오스는 헬레네가 스파르타로 줄행랑을 놓은 뒤 남은 어린 딸 헤르미오네를 형수이자 처형인 클리템네스트라에게 맡겨 기르도록 부탁했다. 헤르미오네는 아가멤논의 궁정에서 자랐던 것이다. 여기서 사촌인 오레스테스와 눈이 맞았다. 오레스테스가 고아 신세로 전락한 헤르미오네의 외로운 마음을 잘 달래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은 정혼까지 했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의 우애도 좋아 축복받은 결혼식이 치러질 참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면서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의 우애에 금이 간 것이다. 더구나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용력에 호감을 갖게 된 메넬라오스가 형의 아들 오레스테스 대신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딸 헤르미오네를 시집보냈다. 그러나, 네오프톨레모스는 이미 안드로마케를 데려와 아이까지 낳은 참이어서 한지붕 세사람의 갈등이 생겼다. 참다못한 헤르미오네는 마침내 옛 애인 오레스테스와 내통해 남편을 죽였다. 인생사가 참 돌고 돈다. 오레스테스는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의 부정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이제 자신이 부정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으니 말이다. 멀쩡한 남편을 암살하고 여인을 차지한 오레스테스는 자기손으로 죽인 아이기스토스를 닮았다. 헤르미오네는 티사노메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헤르미오네도 참... 네오프토레모스와 살 때는 자식을 낳지 못하더니 오레스테스와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을 종종 보는데... 뒤늦게 발복한 오레스테스는 장인 메넬라오스가 죽은 뒤 스파르타를 다스리다 90살이 넘어 죽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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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오레스테스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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