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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언론을 통제하겠다고?①

25일은 법의 날이었습니다. 검찰은 법의 날을 맞아 "인권보호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이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래형 검찰로 발전"하겠다는

25일은 법의 날이었습니다. 검찰은 법의 날을 맞아 "인권보호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이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래형 검찰로 발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도 비슷한 내용을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발표했습니다.

기자들도 처음에는 다들 요즘 인권이 검찰의 최대 화두이니 그냥 또 그런 내용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발표된 내용을 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내용은 사실 이미 한두차례씩 보도된 내용들이었습니다. 강금실 법무장관 시절에도 그랬고 더구나 김승규 장관 체제가 들어서서는 아예 기자들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보다는 인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권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때문에 변호인 접견 강화라든지 가족 참관을 허용한다든지 하는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 알 권리는 원칙적으로만 보장?

물론 기자들과 직접 관련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발표문에서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수사과정의 투명성,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공보준칙에 따라 수사과정을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크고 회복도 어려운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은 적절하게 잘 언급하고 있지만 그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수사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발표의 취지였습니다. 내용도 상당히 자세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먼저 검찰청사 내에서의 사진 촬영, 소환사실 공개, 중간 수사발표 등은 강력히 금지해 나가고, 수사 담당자의 위반 사례가 확인될 경우 인권침해 사례에 준하여 감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언론사로부터 피조사자의 소환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이를 확인해 주었는데 원칙적으로 이를 금지한다는 겁니다.

■ "중간 수사발표 금지 등 위반하면 인권침해에 준해 감찰"

또 참고인으로 소환된 경우에는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소환사실 비공개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구속 피고인이 소환된 경우에는 수의나 포승을 착용한 모습이 촬영되어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아예 차단막을 설치하는 방안도 실시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보를 내거나 금지된 사진을 촬영하는 등 취재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해서는 출입제한 조치 등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경찰에 대해서도 수사과정이나 송치를 할 때에 피의사실이 공표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도 들어 있었습니다.

발표를 맡은 사람은 정상명 대검 차장이었습니다. 사법시험 17회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과는 시험 동기랍니다. 발표가 끝나자 기자들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럼 아예 국민의 알 권리는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오히려 정확한 보도를 위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할 생각은 않고 그나마 제공되는 정보까지 막겠다는 것이냐 등등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도 원칙적으로 중요하다면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엇이 있는지, 국회의원 등 공적 인물이 비리를 저질러 수사를 받는 것이 비밀을 보호해줘야 할 사생활에 해당하는지 등의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선자금 비리 수사나 그 이후의 각종 정치권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의 대상이 됐던 인물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고, 결국 청와대로부터의 주문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 "더 이상 알 권리 이유로 인권 침해 못한다"

정상명 차장은 이런 질문에 "법의 날을 맞아 인권 보장을 더 잘 하려고 나름대로 만들어 본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는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면서도 "이젠 더 이상 알 권리를 이유로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론 보도를 인권 보호에 반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하지만 함께 자리를 한 이준보 검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시인을 했습니다.

사실 일반인의 범죄 등에 대한 보도를 할 경우 이미 우리 언론이 실명을 사용하거나 사진 등을 쓰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방침이 유력 정치인이나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특히 포승이나 수갑을 찬 모습도 아마 최근 수년 사이에는 방송을 통해 보신 분이 없을 겁니다(물론 일부 신문에서는 아직도 그런 사진을 씁니다만...).

결국 사진이 찍히고 실명이 보도되는 건 어느 누구도 공인 여부를 시비걸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비리를 보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이들 비리 인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더구나 오보를 낸 기자 등의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부분은 기자들의 격렬한 성토의 대상이었습니다. 오보인지 아닌지를 놓고 정치권 등과 언론사가 논란을 벌이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누가 오보 여부를 판단해서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 오보 낸 기자는 출입을 제한한다?

특히 단순히 수사 상황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과 일정한 경우에는 아예 출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그 정도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발표문의 표현과는 달리 "국민의 알 권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언론을 수사기관이 통제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필요하다면 수사 발표도 할 수 있는데 그 판단은 검찰이 한다는 것이지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여부를 수사기관이 알아서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하여간 격렬한 질의응답이 끝나고 25일 밤 8시 SBS8뉴스를 비롯한 방송과 26일자 조간 신문 등에는 검찰의 이런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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