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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법조와는 조금 다른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산불로 사라져버린 낙산사 동종(銅鐘)에 대한얘기입니다. 산불이 낙산사를 덮친 식목일, 이 동종을 둘러싸고 오보 소동이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었습니다. 저는 식목일 휴일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양양 산불은 꺼졌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8시 뉴스에서 산불 관련 아이템을 어느 정도나 다뤄야 할 것인지를 놓고 근무자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산불은 이제 고성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 "낙산사를 지켜라"에서 "낙산사 소실"로... 그러던 도중 산불이 낙산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님들과 소방대원, 군 등이 사투를 벌였다는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오후 3시에 편집회의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는 "낙산사를 지켜라"는 제목으로 8뉴스에 낙산사를 지키기 위한 진화작전 경과를 보도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될 무렵부터 회의실 뒤 전국부 쪽이 바빠졌습니다. 불이 다시 살아났다는 겁니다. 불은 곧장 낙산사로 향했고 "낙산사를 지켜라"는 과거 시제가 아니라 현재형이 되어 버렸고 곧바로 속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낙산사가 불타는 화면이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동종이었습니다. 보물 479호. 1469년, 조선 예종 때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범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동종이 화재로 녹아버렸다는 기사가 들어왔고 이 내용은 속보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저녁 7시 무렵 정치부에서 급하게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 유홍준 청장, "낙산사 동종은 무사하다" 발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대책회의 도중 밖으로 나와 "동종은 무사하다. 동종이 소실됐다는 건 오보"라고 선언했습니다. 문화재 담당 부서의 최고 책임자가 "동종이 무사하다"고 확인했으니 어쩌겠습니까. 모든 언론이 동종 종각은 불탔지만 동종은 무사하다는 유 청장의 말을 전했지요. 화면 하단에 흐르는 이른바 스크롤 자막으로 동종이 화재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했던 저도 오보 기자가 돼 버렸지요. 어제 저는 법조 취재를 위해 대법원에 나와 있으면서도 하루 종일 동종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동종은 철종과 달리 녹는 점이 낮기 때문에 800도 이상의 고열이 가해지면 최소한 변형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의 글도 읽었기 때문에 걱정이 됐지요. 그런데 동종이 결국 흔적도 없이(사실 흔적도 없다는 것은 과장이었습니다. 구리가 바닥에 녹아 붙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니까요) 사라졌다는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유 청장은 곧장 "복제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발빠른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그제 화재 당일 저녁 유 청장이 "동종은 무사하다"라고 선언한 근거가 무엇이었느냐는 겁니다. 도대체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문화재 관리 부서 총 책임자가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 무턱대고 "오보다" 주장 너무 많아 도대체 요즘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으면서 "오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 관리들이나 정치인들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일단은 '오보'라고 주장을 하지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오보라고 주장합니다. 유 청장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된 것일 뿐인데, 유 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상당히 기분이 씁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동종이 화재로 사라졌다는 건 오보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득의양양할 이유도 없고 좋아할 까닭은 더욱 없지요. 오히려 제가 오보를 한 것이었더라도, 동종이 무사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기자는 이래서 딜레마를 안고 사는 직업 같습니다. |
낙산사 동종(銅鐘)과 오보 소동
오늘은 법조와는 조금 다른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산불로 사라져버린 낙산사 동종(銅鐘)에 대한얘기입니다. 산불이 낙산사를 덮친 식목일, 이 동종을 둘러싸고 오보 소동이 있었습니다. 등장인물은 유홍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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