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은 가정 폭력이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최근에는 살해한 부인의 극단적인 심리상태를 감안한 판결도 나오고 있는데, 여성계에서는 아예 정당 방위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집중취재, 이대욱 기자입니다.
<기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남편을 살해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디안 썸머'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욕실에서 남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실제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살인죄로 수감된 재소자들 가운데서도 상대 남자의 폭력이 범행의 원인인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폭력이 반복되면서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극단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조용범/임상심리학 박사 : 그 공포라는 게 우리가 말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기준에 정확하게 해당되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계는 학대받는 여성의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재판부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최근 법원은 처음으로 폭행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 대한 판결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했습니다.
10년 가까이 폭행에 시달인 이 여인은 "범행 당시 남편이 사람이 아니라 시커먼 저승사자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여인이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정신질환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가정 폭력에 대해서도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명숙/변호사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매맞는 아내들이 남편 살해한 경우에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해서 무죄 판결을 많이 받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해친 경우에는 면책 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가정폭력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두는 것은 물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다 충분한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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