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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한국이 먹여 살리는 세인트루이스

미조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한국 공군 차세대 전투기 F15K의 첫 출고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2008년까지 한국 공군에 모두 40대가 인도될 F15K의 생산 공장입니다. F15K는 참 잘 만들어진 전투기라고 합니다

미조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한국 공군 차세대 전투기 F-15K의 첫 출고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2008년까지 한국 공군에 모두 40대가 인도될 F-15K의 생산 공장입니다.

F-15K는 참 잘 만들어진 전투기라고 합니다. 우선은 엔진이 쌍발이어서 공군 조종사들에게는 안전한 기종으로 손꼽히지요. 지난번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던 F-16이 입찰과정에서 우리 공군의 박대를 받았던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단발 엔진이어서 한번 문제가 생기면 끝이라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F-15K는 또 눈비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기동 능력이 압권이라고 합니다. 실전 배치 이후 코소보전, 1차 걸프전, 2차 걸프전을 통틀어 한번도 추락한 적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기종입니다.

이 전투기를 우리 공군이 보유하게 되는데는 작지 않은 국제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 공군이 이제 한반도 주변 전체를 작전 공역으로 삼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공군은 아직 한반도 주변조차 완전히 방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지요.)

조금 비약이긴 하지만 요즘 핫 이슈인 독도문제를 놓고 가상 상황을 그려볼까요?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 편대가 느닷없이 독도 상공에 나타나 미적미적 거립니다. 대구 비행장을 이륙한 우리 F-4E편대가 헉헉대며 독도까지 날아가보기는 하지만 일본 공군 꽁무니만 잠시 바라보고는 곧바로 귀환해야 합니다. 오산에 있는 F-16도 한 10분 정도 독도 상공에서 일본 전투기와 신경전을 벌이다 결말을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는군요.

하지만 F-15K는 번개같이 날아가서 일본 공군이 지쳐서 기수를 돌릴 때까지 마음껏 체공할 수 있는 전투기입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백두산과 만주, 독도, 대마도 주변까지 날아가 필요한 작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인트 루이스 주민들에게는 F-15K 첫 출고식이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F-15K가 지역을 먹여 살리는 돈줄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공군측 설명에 따르면 만일 우리나라가 F-15K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하지 않았으면 세인트 루이스 보잉 공장은 문을 닫아야 했고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차세대 전투기 선정 당시 미.불.러.유럽연합 간에 벌어졌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생각납니다. 당시 우리 언론은 거의 99.9% 보잉사의 F-15가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안보와 관련한 한미간의 특수 관계를 무시하기 어려울 거라는게 상식이었지요.

하지만 세인트 루이스에서 들은 수주 경쟁의 비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미국이 상당한 기득권을 누리고는 있었지만 경쟁 기종, 특히 프랑스 라팔의 추격에 이곳 사람들은 꽤 긴장했었다고 합니다. 보잉사 관계자는 "한국은 왜 허구헌날 미국 무기만 구입해야 하냐"는 당시 국내 일부 여론도 막판까지 가슴을 조리게 했던 원인이었다고 술회했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선택은 이번에도 미국이었고 덕분에 세인트 루이스는 적어도 2008년까지는 그런대로 먹고 살게 된 반면 라팔 공장이 있는 프랑스의 어느 지방 도시는 주머니 사정이 좀 어려워 지게 된 셈입니다.

조만간 새로운 차세대 전투기 선정 작업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항공기 업체들은 벌써부터 로비 공세에 나섰습니다. 다른 나라의 전투기 제작업체들도 이번만은 한국의 분위기가 전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미 연합 작전 효율의 극대화"라는 옛 명분보다 "무기체계의 다원화를 통한 다양성 확보"라는 새 명분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반도 상공의 파수꾼 자리를 놓고 또다시 흥미진진한 선진국의 각축전이 시작됩니다. 우리 국민들은 우선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 에어쇼에서 각국 전투기들의 장기자랑 구경으로 그 치열한 경쟁의 서막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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