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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사현장에서나 사용될 법한 재료들 같죠? 그런데, 이것들은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입니다. 이런 준비물이 필요할 때, 학교에서는 ‘알림장’을 보내서 학부모들이 빠뜨리지 말고 챙겨 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보통 일주일 단위로 준비물 알림장을 보내는데, 어떤 학교들은 바로 전날 이런 (무례한) 요구를 하기도 해서 학부모님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준비물을 챙기기 위해 문방구는 기본이고, 철물점과 간판 제작소, 심지어는 아파트 주변 쓰레기장까지 뒤지기도 한답니다.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저런 준비물 챙기다보면 1년에 (아이 한 명당) 10만원에서 15만원정도는 기본으로 나간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인 부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준비물을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도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소라껍데기를 어디서 구해요? 할 수없이 시장가서 사다가 먹고 챙겨줬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아이 둘을 가진 어느 학부모는 인터뷰에서 ‘대소동’ 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이런 학부모들의 제보와 불만이 워낙 많아서 학교 준비물 관련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교육부에 찾아갔더니 관련 부서 담당자도 이런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전국 각 시,도 교육청에 이런 공문을 보냈습니다. “학교들은 학생 1인당 2만원 이상의 예산을 책정해서 학생들의 준비물 부담을 덜어줄 것을 권장함” 학교가 돈을 들여 학생들 준비물을 대신 마련해 주라는 겁니다. 이를테면 공동구매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앞에서 말한 가로 20cm, 세로 40cm, 두께 3cm 짜리 스티로폼의 경우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하려면 (다 필요가 없더라도) 대문짝만한 스티로폼을 구입해서 규격에 맞게 잘라서 가져와야 했는데 -물론 나머지 큰 조각은 쓸 데 없어 버려졌겠죠-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하면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자투리 없이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권고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서울 시내 60여개 초등학교를 확인한 결과 교육부 권고대로 준비물비를 1인당 2만원 이상 책정한 학교는 20% 정도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학교들은 만원 정도였고, 겨우 3천원인 학교도 있었습니다. 이러니 학부모들의 고충이 이어질 수 밖에요. 이 정도면 준비물에 대한 책임을 학교가 학부모에게 떠넘겼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물비를 2만원 미만으로 잡아놓은 초등학교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학교들은 한결 같이 재정상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교육부가 ‘2만원’ 이라고 못을 박아서 권장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학교로 배분되는 예산에는 ‘준비물비’라는 항목이 따로 없습니다. 학교 운영비로 지급되는 예산 가운데 학교장 재량에 따라서 준비물비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렇게 학교 별로 준비물비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학교 입장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준비물이 아예 없는 학교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갈현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학교에 ‘준비물실’ 이라는 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지난 2000년부터 초등학교 6년 전 과정에 필요한 준비물 목록을 정리한 뒤, 예산을 들여 하나씩 하나씩 준비물을 구입했고 이제는 학생들이 빈 몸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미술시간의 파레트, 붓, 물통부터 서예시간에 필요한 벼루, 서예붓, 화선지, 또 체육시간의 훌라우프와 곤봉, 음악시간에 필요한 탬버린, 트라이앵글 등등... 학생들이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러운 준비물을 우선 갖춰 놓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물이 갖춰지면서 1년에 드는 예산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번거로운 짐을 덜게 된 학부모들로부터의 호응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전교조 초등교육 담당자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학부모들의 학습 준비물 스트레스가 높은 나라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선진국을 둘러봐도 학생들이 양손에 들기도 벅찬 준비물을 들고 다니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부도 이런 내용을 인식하고 현재 권장 수준에 그치고 있는 준비물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
준비물, 학교가 책임져라
스티로폼(가로 20cm, 세로 40cm, 두께 3cm), 철사 2.5미터, 펜치, 목장갑.... BR 건축 공사현장에서나 사용될 법한 재료들 같죠? 그런데, 이것들은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입니다. 이런 준비물이 필요할 때, 학교에서는 ‘알림장’을 보내서 학부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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