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한 해 매출액만 20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지난 2년 간 극심한 협박에 시달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보험 사기극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1억원을 빼앗겼고, 이후에도 수십억원을 더 달라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피해 기업의 무원칙한 대응이 오히려 화를 키웠습니다.
최대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8년 2월 서울 가산동,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 회사 공장에 불이 났습니다.
불은 건물 내부 40여평을 태운 뒤 30분만에 꺼졌습니다.
재산피해는 소방서 추산, 49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화재진압 소방관 : 컴퓨터가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나고 시커멓게 탔던 것이 생각이 나고...책상도 있었지요.]
그런데 지난 2003년 1월 손해보험협회로 제보가 날아듭니다.
이 회사가 화재 피해액을 부풀려 수백억원대의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이 대기업의 전 직원 김 모씨, 실제로 이 회사는 불이 난 지 두 달 뒤 299억원의 보험금을 타냈습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회사측은 화재 당시 기업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현장에서는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에는 다른 설명을 했습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최신형 휴대폰 기판 같은 값비싼 부품이 많아 피해 규모가 컸다는 것입니다.
검찰도 수사를 벌였지만 회사측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협회에 제보한 김씨에게 1억원을 건네줬습니다.
[모 전자회사 직원 : 우리가 300억원대 보험 사기와 연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회사측은 이후에도 추가로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김씨 등에게 2년 이상 끌려 다녔습니다.
견디다 못한 회사측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김씨 등 2명을 공갈죄로 구속했습니다.
주가 관리나 이미지 손상 같은 기업의 약점을 파고드는 협박범에 대한 투명하지 못한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키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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