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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1. 트로이 연합군 2. 고대 그리스의 전투 3. 헥토르 1--삶과 죽음 4. 헥토르 2--시신훼손과 신들의 분노 5. 헥토르 3--시신송환과 장례 6. 아에네아스 7. 파리스 1 8. 파리스 2 9. 트로이로스 10. 펜테질레아와 아마존--오늘 이야기 11. 멤논과 이디오피아 12. 에오스 13. 사르페돈, 돌론 14. 아폴론, 아프로디테, 제우스 10. 펜테질레아와 아마존
◆1. 아마존
아마존(Amazon).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길고 물의 양으로는 세계 최대인 아마존강을 흔히 떠올린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는 여인들로만 이뤄진 민족을 가리킨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요정 하모니아와 결합해 낳은 자식들이 아마존의 조상이다. 이들은 여자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아들이 태어나면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 노예로 삼았다. 여자아이만 골라내 길렀으며 어려서 오른쪽 유방을 잘랐다. 활을 쏘거나 칼을 잡고 전투할 때 거추장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끔찍하지만 이런 신체 학대가 아마존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B.C 4천년 이후 고대 이집트, 유대인, 아프리카 원시 부족등에서 널리 퍼졌던 할례(割禮)의식은 어떤가? 남성의 성기 포피(包皮)를 자르거나 여성의 음핵(陰核)을 떼내는 일 역시 신체학대이기는 마찬가지. 더구나 아마존의 풍습이야 살기 위한 투쟁의 수단이라고 하지만, 할례의식은? 백번 양보해 남성은 강인함을 기르는 남성 통과의례(通過儀禮)나 위생(衛生)상의 문제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음핵을 잘라내는 것은 인권 유린 차원에 다름 아니다. 구약성서에는 할례가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계약 표시라는데...
아마존이 남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해서 남녀간 결합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다. 남녀 합방없이 종족을 이어나갈 방도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같으면 할리우드의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처럼 정자은행에서 우수한 정자를 골라 올 수 있지만, 당시는 그럴 수도 없고... 다 방법은 있기 마련. 적령기에 든 여성들은 일시적으로 외부에서 남자들을 납치하거나 사다가 합방해서 아기를 가졌다. 흔한 말로 조선의 전통에서 '씨동이'의 개념이다. '씨받이'의 반대말인데... 양가집에 손이 끊길 위기에 놓이면 가까운 집안네 가운데 양자를 들인다. 이마저 어려우면 며느리에게 튼튼한 남자를 하나 붙여 합방시키는데, 대를 잇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마존은 전쟁의 신 아레스가 조상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싸움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민족이다. 아킬레스 만큼이나 핏속에 전쟁을 즐기는 기질이 충만했던 것이다. 싸움도 무척 잘해서 웬만한 남자 군대는 적수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무기를 잘 다루고 전투적인 만큼 농사 보다는 숲속에서 사냥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살던 곳은?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 유역? 아니다. 흑해(黑海) 연안이다. 오늘날 터키 북부나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지역에 퍼져 살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보자면 아주 멀고, 또 추운 지방의 족속인 셈이다. B.C 8c 이후 그리스인들은 이 지역으로도 진출해 무역거점과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 정주했다. 아마존의 여전사. 영화이름으로도 쓰였지만, 복수형으로 아마조네스(Amazones, 여전사들)라고 부른다.
아마존은 그리스 신화에 심심찮게 얼굴을 내민다. 헤라클레스는 물론 테세우스, 그리고 무엇보다 트로이 전쟁에 등장한다. 그리스 민족에게는 늘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물론 승리는 언제나 그리스 신화속 인물들 차지였지만... 헤라클레스는 당시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탈취해 오는데 성공하고, 이때 함께 간 테세우스는 아마존 여인 한명을 납치해다 아들까지 얻었다. 여성들만의 나라라는 이국적인 요소, 더구나 그리스에서 볼 때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신비의 나라라는 요인 때문에 그리스 도자기 화가들이나 모자이크 제작자들 사이에서 아마존은 인기있는 소재였다.
트로이 전쟁에 앞서 악연을 맺었던 아마존과 헤라클레스, 테세우스의 전투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헤라클레스는 일찌기 미케네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10년간 10가지 봉사를 해야하는 벌을 받았다. 10가지 임무 가운데 하나가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천하장사의 소임 치고 좀 얄궂기는 하다. 다른 소품도 아니고 여인네 치마나 바지를 묶는 허리띠를 풀러 오라니... 히폴리테는 헤라클레스에게 순순히 허리띠를 내주려 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를 미워하는 헤라의 농간으로 양자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고 결국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를 죽이고 만다. 헤라클레스를 도우러 아마존의 나라에 와 있던 테세우스는 이 와중에 아마존 1명을 납치해 온다. 아마존은 원수를 갚으러 테세우스의 고향 아테네를 침략하지만, 결국 아테네인들에게 격퇴당한다. 이처럼 아마존과 그리스인들은 서로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다, 트로이 전쟁이 터지고...
◆2. 펜테질레아
트로이 전쟁에서 아마존의 역할은? 아마존이 어느 편에 섰을 지는 자명해진다. 그리스 민족과 대치관계였으므로 아카이아 연합군과 싸우는 적으로 등장한다. 트로이 연합군의 일원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마존이 트로이 전쟁 초기부터 활약한 것은 아니다. 전쟁 10년간 아마존은 침묵을 지켰다. 강건너 불로 바라보며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헥토르가 죽고 트로이의 전세가 불리해지자 응원군을 자처해 트로이를 지원했다. 망해가는 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것 자체에서 아마존의 기질을 읽을 수 있다. 호전적이며 용기 백배해 언제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흐르던 그런 족속이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인간사에서, 질 것이 뻔한 나라를 구하러 온 아마존의 정신. 염량세태(炎凉世態). 힘있을 때 달라붙고, 힘 잃으면 떨어져 나간다는 이치도 실은 소인배들의 할 짓이지, 진정한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여자들로만 대를 잇는 아마존의 통치자는 늘 여왕이다. 트로이 전쟁 참여시 아마존의 여왕은? 펜테질레아다. 펜테질레아가 이끌고 온 아마존 부대는 초기에 많은 승전고를 울렸다. 펜테질레아 덕분이었다. 그녀가 고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어쩔수 없이 무리를 이끌고 트로이에 왔다는 설도 있지만, 그리스인들이 훗날 지어낸 억측이 아닐까? 펜테질레아는 아마존의 여전사인 만큼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녀의 어머니가 [오트레레]라는 얘기만 전해질 뿐이다. 참 재미있다. 모계 사회. 한국에서 호주제를 떠받드는 사람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어찌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대를 이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펜테질레아는 이미 자식을 둔 상태였다. 적령기의 건강한 아마존 여성이라면 어디선가 남자를 데려다 신방을 차리고 임신해 아기를 낳는 것은 당연한 일. 펜테질레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자식까지 두었던 펜테질레아. 그녀는 트로이 전쟁 참여 자체보다도 앞서 아킬레스편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아킬레스와 관련한 에피소드로 그리스 신화에 더 확실하게 자기 이름을 남긴다. 목숨 걸고 트로이에 와서 싸우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아카이아 연합군에는 아킬레스라는 호적수가 있었다. 아무리 용맹한 아마존이라 해도 아킬레스를 당할 수 없는 법. 마침내 아킬레스 부대와 펜테질레아 부대가 정면승부를 펼치게 됐고... 정면대결의 결정판은 양 진영을 대표하는 장수들간의 결투. 둘의 대결에서 아킬레스가 승리를 거둔다. 아킬레스는 펜테질레아의 오른쪽 가슴을 찔러 치명상을 입혔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생긴다. 야구는 9회말 2사(死)부터 라는 말이 있는데, 창에 찔려 죽기 직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아킬레스가 승리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고, 펜테질레아가 죽어가던 바로 그 때. 처음으로 아킬레스와 펜테질레아의 눈길이 마주쳤다. 전사(戰士)로서 펜테질레아만 보아온 아킬레스. 평소 그녀를 여자로 본 적이 없던 그였다. 가슴 한쪽을 잘라내고 괴성을 질러 대며 남자처럼 용맹하게 싸우는 그녀를 여성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웠으리라. 그러나, 이제 창에 찔려 피를 흘리며 죽기 일보직전. 강인한 남성상은 사라지고 연약한 모습으로 남은 펜테질레아는 빼어난 미모의 여인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 아킬레스는 탄식의 신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니..."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를 대입해 비교해 보자. 2004년 가을.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의 돌풍을 몰고 왔던 러시아 특급 샤라포바가 마치 중세 기사처럼 투구와 갑옷으로 얼굴과 온몸을 칭칭 감싼 채 괴성에 가까운 힘찬 기합을 넣어 가며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먼저 떠올려 본다. 이어 갑옷도 투구도 벗은 채 흰 피부 고운 얼굴에 아름다운 금발을 휘날리며 악쓰는 소리 없이 미소 짓는 장면을 다음으로 연상하면 아킬레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킬레스는 순간적으로 강한 욕정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연민의 정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감정이 싹터 옴을 직감했다. 이어 앞뒤 가리지 않고 경솔하게 펜테질레아를 죽인 것에 대해 땅을 쳤다.
"아! 이 바보 같은 놈. 참을 것이지. 왜 경솔하게 서둘러 펜테질레아의 가슴에 창을 꽂았을까."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아킬레스가 눈길 마주치며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의 마음을 읽었는지 못읽었는지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런 비극적인 장면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킬레스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 일부 동료들은 아킬레스를 흉봤다. 적군 그것도 죽어가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했다. "못난 놈". 테르시테스라는 사람은 대표적이었다. 아킬레스는 펜테질레아를 실수로 죽인 것도 너무 원통한데 동료들이 흉을 보자 더욱 난폭해져 순간적으로 테르시테스를 죽이고 말았다.
아킬레스는 더없는 회한(悔恨)에 잠겼다. 전장에서 숱하게 사람을 죽였지만, 이처럼 전쟁과 살상에 회의를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용맹무쌍.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국은 아름다운 여인 하나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잡아 죽인 것인가? 아킬레스는 모처럼 참회의 심정으로 죽은 펜테질레아 곁으로 다가갔다. 이미 숨은 끊어졌지만, 화용월태(花容月態)의 꽃보다 달보다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였다. 펜테질레아의 시신 앞에서 진정으로 용서의 마음을 바친 뒤, 시신을 들쳐 업었다. 적당한 장소로 옮겨 그리스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명복을 비는 것으로 애틋한 심정을 전했다. 아킬레스가 펜테질레아를 업고 일어나는 장면은 도자기 화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로 인기가 높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노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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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펜테질레아와 아마존
지중해 문명기 4권BRBR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BR4장. 트로이 전쟁의 전개 2(트로이 연합군) BR 1. 트로이 연합군 2. 고대 그리스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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