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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행정수도 이전시도에 믿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기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한 사연을 상세히 밝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데 이어 국회가 그 대안으로 합의한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놓고 또다시 한나라당 등 일각에서 "수도권 포기"라며 반발하는데 대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글 가운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계획에 대한 평가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결사 반대'를 겨냥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우선 박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계획을 발표한 지난 1978년의 연두 기자회견으로 시간을 돌렸다. 당시 노 대통령은 대전지방법원 초임판사로 재직중이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그때의 기자회견에 대해 "나는 행정수도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서울 집중의 폐해에 관해 훨씬 이전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으므로 그저 좋은 일로만 생각했다"며 "여론도 별로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그때 나는 경남 진영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대전과 부산을 자주 왕래하던 터라 기차를 탈 때마다 행정수도가 대전 부근에 오면 가까워져서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은근한 기대를 갖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1980년대 초반 공해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80년대 중반 부산 산비탈 마을의 산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도시문제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면 지역대결도 좀 누그러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93년 설립한 지방자치연구소 활동을 통해 강력한 분권주의자, 균형발전주의자로 발전, 결국 자치와 분권, 재원배분, 균형발전 등을 통해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가 된 뒤 행정수도 이전을 생각하게 됐으며 ▲행정수도 충청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국가균형발전정책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를 통한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의 발전 등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한 수도권 규제문제를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해야 했던 여러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명분으로 반대하는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며 "수도권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행정수도 이전도 안하고 공공기관 이전도 안하고 수도권 규제만 덜렁 풀자는 것인가. 그게 타당한 일인가", "수도권 규제는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등의 공개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나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자신의 확신을 재확인했다.

또 "지금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국가적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되고 선거에서 표를 모을 일이 없다면 그 역시 이만한 꿈을 가질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행정수도 문제를 정략적 판단이 아니라 넓은 시야에서 바라봐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나는 박 전 대통령의 독재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 분이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한 것은 사시사욕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안목을 가지고 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3일간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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