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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 - 뒤죽박죽 코미디

영화 [마파도]가 [말아톤]의 흥행전선을 이어받아 올 초반 한국영화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섯 할머니가 사는 외딴 섬에 젊은 총각 둘이 들어가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라는 사전 정보에서 알 수 있

영화 [마파도]가 [말아톤]의 흥행전선을 이어받아 올 초반 한국영화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섯 할머니가 사는 외딴 섬에 젊은 총각 둘이 들어가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라는 사전 정보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관객층만을 노린 코미디 장르와는 좀 차별성이 있는 소재와 주제입니다. 지난해 중견 배우를 전면에 배치했던 [고독이 몸부림칠 때]가 참신한 시도였지만 짜임새 부족으로 흥행에서 참패를 겪은바 있어 관객의 연령대를 넓히려는 비슷한 시도가 이번에는 잘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참이었습니다.

조폭 세계를 청산하고 착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신사장(오달수)은 가게세와 공과금도 못내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만은 꾸준히 구입합니다. 토요일날 어김없이 다방 종업원 장미에게 로또 심부름을 시키는데 그만 그 번호가 160억원짜리 1등에 당첨됩니다. 로또를 손에 쥐고 있던 장미는 가게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리고 신 사장은 달아난 장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결국 투캅스의 부패형사 뺨치게 닳고 닳은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30억원을 떼어줄테니 여자를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부하 재철(이정진)을 딸려보냅니다. 재철은 몇년 전에 충수가 시키는대로 불면 서너달만 살고 나오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았다가 4년을 감방에서 ??고 나온 안 좋은 추억이 남아있습니다.

탐문수사 끝에 장미의 고향이 전라도 해남에 있는 마파도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낚시꾼으로 가장해 섬에 들어가는데 주민이라고 해봐야 할머니 다섯 명이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라는 사실에 놀라며 절망하게 됩니다. 일주일에 배가 한번밖에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할머니들의 일을 거들어주는 신세가 되는데 충수는 모든 일에 뺀질거려 할머니들의 눈밖에 나게됩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남해바다 끝자락의 마파도는 아름다운 산천과 바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의 빛이 어우러지는 매력으로 일단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할머니들을 연기한 김수미,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등 중견 배우들은 드라마에서 친숙한 얼굴들이고 그 연기도 이름에 걸맞게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김수미의 욕쟁이 연기는 [오 해피데이]의 엽기 욕쟁이 할머니와 [위대한 유산]의 왈가닥 어머니 역을 적절하게 배합해 놓은 듯 한데 전자에서 보여준 놀라운 자극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코믹한 조연으로 많은 영화에 등장했던 이문식은 코믹과 오버연기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오가지만 적당히 망가지고 자신을 과감히 버리는 시도를 감행하지만 상대역인 이정진은 워낙 훤칠한 키와 수려한 마스크가 배역의 성격과는 조금 엇나가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충수와 재철의 연기 조화는 그런대로 잘 어우러지는데 둘이 잠자리에서 이불을 깔며 보여주는옥신 각신 장면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영화처럼 빠른 순발력과 재치로 무장해 관객의 폭소를 유도합니다.

수십년 동안 남자 구경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다는 할머니들의 말대로라면 젊은 두 남자들에게 음담패설이라도 늘어놓거나 실존적(?) 고민을 행동에 옮길 법도 한데 다소 과도하게 표백해밋밋한 느낌입니다.

신사장과 할머니들, 충수와 재철, 장미와 재철, 장미와 엄마 등 영화내내 전개됐던 인물들 사이의 여러가지 관계를 매듭짓는 결말 부분은 감독의 내공이 딸리는지 할머니들이 동학 의병처럼 궐기한다거나 악당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쁜 마음을 버리고 개과천선한다거나 피터지게 싸우던 두 남자가 결국에는 친해진다는 식의 해결은 두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시간 끄트머리를 더 길게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곁가지를 치면서 전진해가는 중반까지는 그런대로 흥미진진하고 영화의 다음이 궁금해지는데 막상 종착역에서 제대로 교통정리를 개운하게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화가 인생만사 새옹지마이니 욕심부리지 말고 착하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닐텐데 그냥 우스꽝스럽고 소동을 부리다가 조금은 허탈하게 아니면 쿨하게 끝냈으면 공감의 강도가 조금 더 세지 않았을까 혹은 뒷맛이 보다 개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대차이 때문에 부모님 모시고 영화 함께 관람하기가 마땅찮다고 생각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같이 관람하신다면 괜찮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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