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한 달만에 석방된 이탈리아의 여기자 줄리아나 스그레나는 퇴직 연령에 가까운 5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활동을 벌인 뚝심있는 종군기자다.
지난 1988년부터 공산당 계열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에서 일해온 스그레나는 전쟁이 주민에게 미치는 참혹한 영향과 열악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에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일 마니페스토는 미국 주도 이라크 전쟁과 이탈리아군 3천명을 이라크에 파견한 베를루스코니의 정책에 격렬히 반대하는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문의 국제면 편집자인 마우리치오 마테우치는 "그는 오늘날 보기 드문 종군기자 중 한 명"이라며 "스그레나는 이슬람 세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 여성의 처지를 알리는데 헌신적 사명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스그레나는 미군의 통제와 지원 아래 취재활동을 펴는 '임베드 기자'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생각해 험난한 이라크에서 개인적인 취재방식을 선택해서 일했다.
그는 납치 전 쓴 마지막 바그다드발 기사에서 미군이 운영하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억류된 여성 수감자들과 이라크 저항세력의 중심지인 사드르에서 지난 1월 총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납치 전 그는 지난 1월5일 실종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동료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스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그는 전쟁 지역에서 자유로이 일할 수 있는 기자의 권리를 옹호하며 종군기자는 공식적인 군의 전쟁보도와 선전 팸플릿에 가려진 전쟁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북부 이탈리아 피에몬테 출신으로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전사의 딸인 그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래 이라크 문제를 담당해왔고, '이라크 전선, 영원한 전쟁의 저널'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격렬한 좌파 성향인 스그레나는 일 마니페스토에 입사한 후 아프리카, 중동, 알제리 등 위험지역을 두루 다니며 취재활동을 했다.
베테랑 종군기자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형적인 모습의 전투적인 종군기자라기보다는 "겸손하고 신중한 기자"라고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은 전했다.
스그레나는 지난달 4일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이탈리아 정부와 무장세력간 비밀협상을 통해 한 달 만인 4일 석방됐다.
그러나 석방 후 바그다드 공항을 향하던 중 차량이 미군의 오인공격을 받아 자신은 왼쪽 어깨에 총탄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고, 비밀요원 1명이 사망하고 다른 동행자 2명이 부상하는 불운을 겪었다.
현장에서 사망한 비밀요원 니콜라 칼리파리는 스그레나의 비밀 석방협상을 맡았었고, 스그레나에게 오는 총상을 자신의 몸으로 막으려다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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