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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한 울타리 두 아파트 '법정 싸움'

<8뉴스>

<앵커>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살벌한 담벽을 쌓고 둘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어떤 사연인지.

김흥수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보기에도 살벌한 담이 단지 안을 가로지릅니다.

도대체 무엇을 나누기 위한 담일까?

담을 사이로 한쪽은 일반아파트, 다른 한쪽은 임대아파트입니다.

3년 전 준공과 동시에 생긴 이 담을 놓고 양측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임대동 주민들은 아이들의 등교길을 가깝게 한다며 담의 일부를 헐고 통로를 냈습니다.

이에 일반아파트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입구라 사고의 위험이 있다면서 통로를 막아버렸고, 반발한 임대동 주민들은 다시 통로를 냈습니다.

싸움은 결국 법정 분쟁으로 번졌습니다.

울타리 사이에는 이처럼 철망까지 설치돼 주민들의 깊어진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체면이 떨어지고 땅 값이 떨어진다는 거죠.]

[일반아파트 주민 : 임대아파트랑 연결해 놓으면 땅 값도 지장이 있고, 저쪽 애들 노는 것도 여기 아파트 애들이랑 틀려요.]

비슷한 갈등이 속출하자 서울시는 지난해 임대아파트를 일반아파트와 섞어 짓도록 하고 평수도 25평까지 늘릴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 단지에는 적용할 수 없고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됩니다.

[남원석/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 주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재정적인 부분이나 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파트 평수는 주거공간의 기준일 뿐 삶의 공간을 가로막는 담이 될 수 없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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