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혹시 ‘싸이’ 하시나요? 그럼, ‘블로그’는요? 10대 중 후반에서 20대 초 중반까지는 당연한 걸 왜 묻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 테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는 한다는 사람과 안 한다는 사람이 어금지금이겠죠? 그 이상은 남우세스러워 안 한다는 사람과 싸이나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 그리고 들어보긴 했는데 할 줄 몰라 못하는 사람 등등으로 나뉠 것으로 짐작합니다. 새삼스레 ‘싸이’는 뭐고 ‘블로그’는 뭔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지난해 한 유수의 경제연구소가 싸이월드를 2004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았다는 것, ‘싸이질’이라는 조어가 생기고 “세상에는 싸이질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할 만큼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것 정도만 말해두지요. 저는 한 서너 달 전에 싸이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명색이 인터넷뉴스팀 기자인데 싸이버 네트워크(cyber network)에서 돌림쟁이(왕따)가 되는 것도 그렇고, 호기심도 생기고, 뭐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이며 글이며 스크랩-‘펌질’-하기에 편리한 점이 구미를 당겼습니다. 처음에는 싸이를 온전히 스크랩북으로 썼습니다. 새겨둘만한 글이나 보관하고 싶은 사진을 넣어두는 온라인 창고로 말이죠. 그런데 한 아는 이가 우연히 제 싸이를 방문한 뒤로 저도 조금씩 ‘거래’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좀 쑥스러웠지만, 이거 갈수록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개운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갑자기 제 문체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연 내가 누구를 상대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지 스스로 헷갈렸던 겁니다. 처음엔 분명히 제 자신을 향해 쓰고 있던 글이 어느새 (불)특정 독자를 상정한 문투로 바뀌고 있던 거죠.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따져보면 솔직하지 않았던 것도 없지만, 그래도 싸이를 하다보면 他人의 시선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가 틈만 나면 시나브로 연기처럼 머리 속에서 피어 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연기, 훅 불어버리기도 그렇고 그냥 놔두기도 뭐하고… ‘과연 나는 누구와 무엇을 소통하려 하는 것일까?’ 고민을 하는 척하다 말고, 저는 곧 블로그도 만들고 SBS 기자 블로그인 ‘뉴스 스테이션’(news station)까지 만들었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보였나 봅니다. 그리고 뉴스 스테이션에서 한 후배 기자가 쓴 글과 마주칩니다. ‘각각의 블로그를 꾸미고,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일이야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가끔 고민에 빠진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나’와 뉴스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나’는 얼만큼 다른 사람일까…하는거죠. (중략) 파란닷컴 블로그의 ‘나’와 지난 가을 일본 여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아놓은 정보들로 가득한 네이버 블로그의 ‘나’는 도 얼마나 거리가 있을까요….(중략) 여기저기 잘게 나누어 놓은 제 모습을 모으는 것은 가능할까요. 그 조각을 모두 다 모은다고 과연 온전한 내가 될까요? 거창하게 미디어(블로그)의 통합을 논하자는 게 아니고, 이렇게 출구가 많아지는 만큼 그 출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는 자신이 더욱 파편화되는 것이 사실은 가끔 두렵습니다.” 그렇습니다. 블로그나 싸이는 소통의 멍석을 깔아주고, 편견을 줄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편견을 강화하고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누구도 싸이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지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줍니다. 이는 시장 경제에서 상품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광고의 모습과 더 비슷한가요? 또 싸이 ‘1촌’이라도 현실에서는 서로 그만한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 괴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싸이나 블로그에서 만나는 사람들…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걸까요? 사진과 글로 표현된 내 일상과 생각, 嗜好… 그것 자체가 ‘나’는 아닙니다. 남이 나를 이렇게 봐줬으면 하는 모습, ‘저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하고 남이 느껴줬으면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은 나를 타자의 시선에 맞춰 내놓은 것일 수 있습니다. 만약 싸이나 블로그가 그런 것들로 가득 찬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솔직하지 않은 모습이겠죠. 주변에 하나 둘씩 싸이를 폐쇄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이 매거진에 칼럼을 연재하는 한 知人도 최근 싸이를 폐쇄했더군요. 왜 그랬는지 묻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지만 그냥 알 것 같습니다. 그냥.
이제, 우리가 싸이나 블로그에서 얻는 것이 정말 이해와 소통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우리가 싸이와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필요한 ‘정보’와 ‘재미’를 ‘스캔’하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겠습니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자로서 자신을 드러낸다.’고 한 한 철학자의 말을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 [하이데거,<존재와 시간>. <하이데거, 하버마스, 그리고 이동전화>, (이제이북스, 2003)에서 재인용] |
싸이질하는 블로거
여러분 혹시 ‘싸이’ 하시나요? 그럼, ‘블로그’는요? 10대 중 후반에서 20대 초 중반까지는 당연한 걸 왜 묻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 테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는 한다는 사람과 안 한다는 사람이 어금지금이겠죠? 그 이상은 남우세스러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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