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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의과대학원 생리학 교실에서 4년간의 연구를 마치고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는 28살 장미현씨. 미현 씨는 논문을 많이 써서 유명한 학생입니다. 논문을 보통 많이 쓴 게 아닙니다. (그랬다면 유명해 지지도 않았겠죠) 미현 씨는 석, 박사 과정 4년 동안 무려 (놀라지 마십시오) 82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거의 보름에 한편 꼴로 논문을 쓴 겁니다. 이 가운데 68편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에 게재된 SCI급 논문이라고 하는데...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조차 SCI 급 논문은 1년에 두 편 쓰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을 접한 많은 언론사 기자들은 미현 씨를 두고 ‘20대 논문왕’ 혹은 ‘논문 여왕’이라고 했는데... 이 보다는 오히려 ‘논문의 전설’, ‘논문의 괴물’ 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주 졸업을 하루 앞두고 경희대학교를 찾았습니다.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미현 씨는 비자 등 각종 서류 준비로 바쁜 상태였습니다. 오후 내내 구청과 대사관을 오가느라 바쁜 미현 씨를 저녁이 돼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왠지 ‘독’한 기가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외모에, 성격도 털털한 것 같았습니다. 미현 씨는 고등학교(경북 문경여고)와 대학교(충북대 지구환경학과)를 모두 지방에서 나왔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공부도 반에서 중간 정도로... 특별하게 공부를 잘하는 수재는 아니었습니다. 이랬던 미현 씨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잠재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겁니다. 비결은 뭘까요? 궁금해졌습니다.
미현 씨는 석, 박사 기간 4년 동안 하루 평균 12시간씩 연구실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루의 절반을 공부만 한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원생들도 그 정도 공부는 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양을 절대적으로 비교하자면 특출나게 공부를 많이 했다고 볼 수 없는 거죠. 대신 미현 씨는 목표 달성 위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의 특성상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하는 일들은 새벽 5시, 6시가 되더라도 반드시 끝냈다는 것입니다. (다음날은 그냥 잤다고 하더군요) 남들 퇴근할 때 한두 시간 더 실험에 집중한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결국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라는 사실이 미현 씨의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것 같았습니다.
미현 씨가 몰두하고 있는 뇌와 줄기세포에 관련된 실험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어떤 실험의 경우는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한 가지 실험을 완전히 끝마치고, 다른 실험에 착수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1년에 대 여섯 번 실험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남다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 미현 씨는 여러 가지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멀티태스킹’ 이죠. 한 가지 실험을 시작하면, 그 와 관련된 다른 실험을 하고, 또 그 실험에서 궁금한 사항을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시도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가지치기를 했다고 합니다. 많이 뿌리면 많이 거두는 법. 미현 씨는 거둘 때의 기쁨. 그 기쁨을 생각하면서 지독하게 많이 뿌렸다고 합니다. 물론 씨를 뿌릴 때는 고통의 눈물은 있었겠죠.
저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들은 미현 씨가 지방대라는 편견을 실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논문을 많이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미현 씨 역시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미현 씨가 이뤄놓은 성취를 단순한 ‘콤플렉스 극복기’ 정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의 연구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이런 성취의 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일 자체를 좋아하고, 일에 대한 성취를 좋아하고, 성취에 따른 칭찬까지 즐기다보니 이런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겠죠. 미현 씨는 다음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신경과학부 박사 후 과정에 진학하는 미현 씨가 한국에서와 같이 ‘끝낼 건 확실히 끝내고’, ‘뿌릴 때 많이 뿌리고’, 연구도 무진장 좋아해서 더 큰 ‘논문 여왕’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논문 여왕의 비결
졸업 시즌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방송과 신문의 사회부 기자들은 졸업과 관련된 미담 기사 찾기에 분주합니다. 저는 이번에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20대 여자 대학원생을 만났습니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원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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