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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그를 다시 보고 싶다

BR 안녕하세요? 설은 잘 보내셨지요? 요 며칠 동안 날씨가 부쩍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계절은 확실히 봄을 향해 가고 있나 봅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조승우


안녕하세요? 설은 잘 보내셨지요? 요 며칠 동안 날씨가 부쩍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계절은 확실히 봄을 향해 가고 있나 봅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조승우 열풍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배우는 단연 조승우입니다. 많은 뮤지컬 제작자들이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로 그를 망설임 없이 첫손가락에 꼽습니다. 이렇게 조승우를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로 올려놓은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국내 초연된 이 공연에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가창력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조승우 열풍'이 이어졌습니다.

조승우는 지난해 연말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며칠 전 막을 내린 '지킬 앤 하이드' 앙코르 공연에서도 조승우가 출연하는 날짜의 티켓은 하루만에 매진됐습니다. 표를 구하려는 팬들의 갈망이 얼마나 컸던지, 이 티켓들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두세 배의 값으로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조승우'라는 이름은 여러 설문 조사에서 지난해 공연계 최고의 '키워드'로 꼽혔고, 2005년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선정됐습니다.

'지킬 폐인'까지

조승우는 호감 가는 외모를 지녔지만, 요즘 말로 '얼짱', '몸짱'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의 인기는 철저하게 실력에 기댄 것이기에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연기하는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이제 스물 다섯이라는 그의 나이를 의심했습니다. 노래 한 곡(The Confrontation)에서 변화하는 조명에 맞춰 표정과 목소리를 순간순간 바꿔가며 지킬과 하이드를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쫙 끼쳐올 정도였습니다. 조승우의 열연은 엉성한 음향과 무대장치, 치명적인 녹음 반주 같은 이 공연의 결점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도 놀라웠지만, 열광하는 팬들의 반응도 볼 만했습니다. 여성 팬들의 입술에서는 쉴새 없이 찬탄의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그칠 줄 모르는 기립 박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제 뒷자리의 한 관객은 조승우를 보기 위해 벌써 5번째 표를 샀다고 했습니다. 옆자리의 소녀는 공연 내내 '어떻게 해, 어떻게 해'를 연발하다가, 무대 인사를 하는 조승우를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진 채 객석 밑으로 기어들었습니다. '지킬 폐인'이라는 신조어가 왜 생겼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승우에게 쏠리는 관심이 너무나 큰 나머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첫 공연 때 조승우와 번갈아 주역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그런 경우입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호연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의 그늘에 묻혀 버린 감이 있습니다. 류정한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 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배우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놓쳤지만

재미있는 것은, 조승우가 '오페라의 유령'에서 바로 이 라울 역으로 출연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던 조승우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의형제' '명성황후' 등에서 단역과 조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응시합니다.

조승우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서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심사에 참여했던 외국 연출가로부터 '타고난 귀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강력한 라울 역의 후보로 떠올랐었습니다. 그러나 한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뮤지컬 출연을 포기하게 됩니다. 바로 톱스타 김희선과 함께 출연했던 '와니와 준하'라는 영화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기록적인 장기 흥행에 성공합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 뮤지컬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되면서 새로운 스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공연 관계자들은 당시 조승우가 '와니와 준하' 대신 '오페라의 유령'을 선택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저도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만약 조승우가 라울 역을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3년 뒤, 조승우는 '지킬 앤 하이드'로 자신의 연기 인생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면서, '오페라의 유령'을 놓친 아쉬움을 멋지게 만회한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으로 청순한 연기를 보여준 김소현은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이기도 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뤄지지 못했던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지킬 앤 하이드'에서 성사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조승우는 이전에도 '괜찮은 배우'이긴 했지만,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나면서 슈퍼스타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제껏 쌓아온 '내공'이 이 작품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된 셈입니다. 뮤지컬은 이제 이렇게 자체적으로 스타를 배출해내는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뮤지컬에서 대중적인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그만큼 뮤지컬 관객이 늘었을 뿐 아니라, 뮤지컬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도 커졌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앞으로도 '아이다' 같은 같은 화제의 뮤지컬들이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니, 제 2, 제 3의 조승우가 탄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를 무대 위에서 다시 보고 싶다

최근 조승우가 5살 어린아이 지능의 자폐 청년 역으로 출연한 영화 '말아톤'이 개봉됐습니다. '역시 조승우'라는 찬사가 이어지면서 관객 300만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아마 조승우라는 이름 석 자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이제 '지킬 폐인'들은 '말아톤 폐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저도 극장을 찾을 날을 벼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뮤지컬 배우 조승우'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저는 공연 담당기자로서, 아니, 그 이전에 한 사람의 뮤지컬 관객으로서, 그를 스크린이 아닌 무대 위에서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런 소망은 저만의 것은 아닙니다. 비록 무위에 그치긴 했지만, 많은 뮤지컬 팬들이 뮤지컬 '아이다'의 주역을 조승우에게 맡기자는 '조라추', 즉 '조승우 라다메스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였을 정도였으니까요.

조만간 새 소식을 갖고 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위 글은 제가 SBS 매거진 2월호에 기고했던 글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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