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느덧 2005년의 첫 달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한동안 포근하더니, 며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네요.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너무 춥다면서 생전 안 입던 내복을 찾더군요. 여러분도 감기 안 걸리도록 든든하게 입고 다니세요. 저는 출산휴가가 이제 거의 끝나, 열흘 후면 공연 취재라는 제 업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면, 뉴스와도 담쌓고 아기만 보면서 평온하게 보냈던 시간이 아마 그리워지겠지요. 그렇지만 업무에 복귀하면서 공연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건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외출도 거의 않고 지낸 몇 달 동안 공연장이 많이 그리웠거든요.
(다음부터는 제가 SBS 매거진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소설입니다. 중세 프랑스, 매혹적인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의 이야기입니다. 앤터니 퀸이 주연한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즈니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도 국내에서 공연됐었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파리에서 처음 공연됐습니다. 초연 이후 2년 동안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은 프랑스에서만 천만 장 이상이 팔려나갔습니다.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입니다. 해외공연도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까지 11개 나라에서 천만 명 이상이 이 뮤지컬을 관람했습니다. 저는 몇 년 전 파리에서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익숙했던 저에게 이 작품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당초 '노트르담 대성당이 사실적으로 재현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 정도를 예상하고 갔었지만, 제 눈앞에 펼쳐진 공연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아방가르드 연출가 질 마으의 연출은 이 작품에 전위적인 색채를 강하게 부여했습니다. 작품 속의 중세 프랑스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로 느껴집니다. 무대는 지극히 단순하고 상징적입니다. 세 개의 거대한 종, 그리고 때로는 대성당으로, 때로는 감옥으로 표현되는 커다란 구조물이 무대의 중심을 이룹니다. 의상도 '고증'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가장 두드러진 특징만을 남겨놓고 성직자와 군인, 집시들의 옷차림을 간소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마르티노 뮐러의 안무는 현대 무용과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댄스를 접목한 '퓨전'으로,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은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프랑스어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세 시간 가까운 공연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음악 덕분이었습니다. 리샤르 코시앙뜨가 작곡한 감미롭고 개성적인 선율은 프랑스어 대사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막이 오르자마자 등장하는 음유시인은 시대에 관한 서곡(Le Temps des Cathedrales-성당의 시대)'으로 저를 사로잡더니, 콰지모도와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3중창 '아름답도다(Belle)', 에스메랄다의 '보헤미안'(Bohemienne)'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쉴새없이 이어졌습니다. 새삼 객석을 둘러보니 관객층도 아주 다양했습니다. 나이 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이, 옷차림도 각양각색인 사람들, 무대와 객석이 한 마음이 되어 노래 부르는 광경을 보면서 프랑스 문화의 힘을 실감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제가 '국민 뮤지컬'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린 것도 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국민 뮤지컬' 같은 '국민+명사' 형태의 조어를 가끔 접하게 됩니다. 국민 가수, 국민 배우, 국민 가요, 국민 성악가, 국민 작가 같은 말들이지요. 여기서 '국민'은 '국민들 사이에 널리 사랑 받는' '국가를 대표할 만한' 정도로 풀이될 겁니다. 하지만 때로 이런 말들이 남용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조금만 인기가 높아지면 아무 데나 '국민'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식이지요. 특히 광고나 홍보자료에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정도라면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빅토르 위고가 원작자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넘어, 권력의 압제에 대항하는 프랑스 민중의 자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입니다.
보고 싶다, 한국의 '국민 뮤지컬'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국내에서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편중된 국내 공연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입니다. 저도 이 공연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욱 기대하는 것은 '한국의 국민 뮤지컬'을 보게 되는 날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남의 나라 국민 뮤지컬에만 만족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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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nsp; 안녕하세요? 어느덧 2005년의 첫 달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한동안 포근하더니, 며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네요.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너무 춥다면서 생전 안 입던 내복을 찾더군요. 여러분도 감기 안 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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