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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뮤지컬 VS 영화(2)

(안녕하세요. 오페라의 유령 영화와 뮤지컬 이야기, 이어집니다. 아기가 자꾸 깨지 않고 푹 자야 오늘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 영화는 뮤지컬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지만 인물의 성격은 조금씩

(안녕하세요. '오페라의 유령' 영화와 뮤지컬 이야기, 이어집니다. 아기가 자꾸 깨지 않고 푹 자야 오늘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

영화는 뮤지컬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지만 인물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런 차이는 영화의 연출 때문이기도 하고, 배역을 맡은 배우의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선 유령부터. 뮤지컬에서 유령은 갖가지 기이한 사고를 통해 일종의 '마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깁니다. 관객은 유령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증을 갖게 되고, 나름의 상상도 하게 됩니다.

유령의 '신비감'이 희석된 영화


하지만 영화는 유령의 '작업'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관객들은 카를로타의 두꺼비 목소리 사건, 조셉 부케의 죽음, 샹들리에의 추락 등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게' 됩니다. 게다가 유령의 어린 시절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출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는 하지만, 유령이라는 존재에 대한 신비감을 많이 희석시키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추가된 칼싸움 장면도 그렇습니다. 유령은 크리스틴의 아버지 무덤에서 크리스틴을 다시 유혹해 데려가려다가 라울과 격렬한 칼싸움을 벌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마법의 불 같은 것을 던져 라울을 위협하죠.) 이 싸움에서 유령은 라울의 칼끝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는 신세가 됩니다. 여기서 유령은 연적과 맞붙어 싸우다 지는 평범한 남자일 뿐입니다.

(반면, 뮤지컬에는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생략된 장면이 있습니다. 유령의 오페라 리허설 장면이죠. 리허설은 처음에 아주 산만하고 혼란스럽게 진행되는데, 갑자기 마법처럼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되고, 단원들은 모두 최면에 걸린 듯 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유령은 뮤지컬에서보다 인간의 모습이 부각됐고 신비감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가 여백을 조금 남겨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유령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것 같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연약한 인간입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을 꿈꿉니다. 지하 어둠 속에 숨어살지만 그의 노래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마음을 움직입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의 고통은 연민을 자아냅니다. 이렇게 다층적인 인물이 영화에서는 밋밋해진 감이 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섹시한 유령, 하지만......


유령 역은 '툼 레이더 2' '타임라인' 등에 출연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맡았습니다. 마이클 크로포드(뮤지컬 초연 때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를 비롯해 안토니오 반데라스, 존 트라볼타 등이 유령 역으로 거론됐던 것을 생각하면, 제라드 버틀러가 유령 역을 맡은 것은 예상 밖의 캐스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더 이상 올라설 곳이 없는 테너 음성'이라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제라드 버틀러를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아주 매력적인 배우였습니다. 건장한 체격에 잘 생긴 외모를 갖춘 그는 섹시한 유령입니다. 가면을 벗고 흉측하게 분장한 얼굴을 드러냈을 때조차도 멋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유령의 분장을 좀 더 흉측하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령이 그 정도 외모로 평생을 숨어살아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가니까요.)

저는 제라드 버틀러라는 배우의 매력에 이끌렸지만, 그의 유령은 최상급은 아니었습니다. 평범했습니다. 어쩌면 그의 연기가 문제라기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의 연출 자체가 유령이라는 배역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의 거친 목소리는 유혹적이었고 노래 실력도 괜찮았지만,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홀리는' 유령을 표현해 내기에는 힘이 딸리는 듯 했습니다. 마이클 크로포드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뮤지컬을 볼 때마다 유령 역을 맡은 배우를 마이클 크로포드와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됩니다. 아마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저도 어느새 마이클 크로포드가 연기하는 유령에 '홀린' 걸까요? 사실 저는 마이클 크로포드의 유령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의 노래와 대사만 음반으로 수백 번 이상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의 연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이클 크로포드의 팬들은 영화에도 그를 캐스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그 아닌 유령은 안 보겠다고 압력을 넣었다지요?)


'너무' 예쁘고 어린크리스틴


크리스틴 역을 맡은 에미 로섬은 이제 20살이 채 안된 어린 배우입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일부러 영화 속 크리스틴을 16~17살의 어린 나이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야 처음에 유령을 아버지가 보내준 음악의 천사로 여긴다는 줄거리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겁니다.) 에미 로섬은 정말 예쁘고 청순했습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틴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어렸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연기는 유령을 증오하면서도 동정하고,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끌리는 모순된 심리를 표현하는 데는 미흡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악 훈련을 받았다는 그의 목소리는 곱고 맑았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프리마 돈나가 되기에는 카리스마가 모자랐습니다.

크리스틴이 유령에 이끌려 지하 은신처로 가면서 유령과 함께 부르는 '오페라의 유령'은 너무나 유명한 곡입니다. 이 곡에서 크리스틴은 '날 위해 노래해!'라는 유령의 말에 따라,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노래를 마치 '신들린 듯' 날카롭게 치솟는 고음으로 들려줘야 합니다. 이 부분은 크리스틴이 유령의 마력에 끌려 일종의 '최면 상태'에 들어간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에미 로섬의 노래는 지나치게 곱다고 할까, 강렬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라울과 카를로타는?

크리스틴의 연인 라울 역을 맡은 패트릭 윌슨은 무난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더군요. 사실 크리스틴이나 유령에 비하면 라울은 상대적으로 연기하기 쉬운 배역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라울이 크리스틴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뮤지컬에서보다 배역의 비중을 강화했습니다.

소프라노 카를로타 역은 미니 드라이버가 맡았습니다. 저는 미니 드라이버를 '굿 윌 헌팅'에서 처음 봤는데,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미니 드라이버는 이 때 함께 출연했던 멧 데이먼과 한 때 사귀기도 했다지요.) 다른 배우들은 직접 노래까지 했지만, 하이 소프라노인 카를로타의 노래는 마가렛 프리스('오페라의 유령' 브로드웨이 공연에 출연 경력이 있는 소프라노라고 합니다)가 대신 불렀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노래 잘하는 배우로 꼽히는 미니 드라이버는 엔딩 타이틀곡인 'Learn to be lonely'를 불러 아쉬움을 풀었습니다.

음악이 빛난다..... 다시 보고 싶다


배우들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저는 뮤지컬을 보는 것이 영화보다 더 낫다고 봅니다. 영화는 뮤지컬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훨씬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고, 덕분에 눈은 즐거웠지만 뭐랄까, 좀 표피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비주얼에 묻혀 인물이나 사건의 내면은 들여다보기 어려웠습니다. 함께 영화를 본 제 남편은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나 이미 뮤지컬의 신화가 돼 버린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저렴한 관람료로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뮤지컬 전편에 흘러 넘치는 주옥같은 음악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이 작품을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은 음악이니까요.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은 지금 음반시장 불황 속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노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긴 했습니다만, 저도 어제 이 음반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해서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저에게 아주 의미 깊은 작품입니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인생을 바꿔놓은 작품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저는 '오페라의 유령'을 홍콩과 뉴욕, 서울에서 네 차례 봤습니다. 이제 영화도 봤지만 아직 모자랍니다. 저는 몇 가지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DVD 타이틀까지 사서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6월을 기다릴 겁니다. 6월이면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는 배우들로 구성된 팀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니까요. 그 때쯤이면 아직갓난아기인 둘째딸도 극성 엄마 덕분에 이 뮤지컬의 음악을 자장가 삼아 잠드는 '경지'에 이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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