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여러분 설 명절 잘 쇠셨는지요. 저는 최근 사회부 노동문제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에 IT산업 위주의 글을 올려 왔는데, 이제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권의 행보,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각종 노동관련 정책, 일자리 창출 문제 등이 저의 화두가 되게 되었습니다. 늘 곁눈질로만 봐왔던 분야인지라 아직 두렵기도 합니다만, 차차 익숙해져 가겠지요. 제 뒤를 이어 IT/전자산업 분야를 새로 맡게 된 후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선배 그동안 썼던 기사를 봤는데요. 이해가 안돼요." 뭐가 이해가 안되냐고 반문했습니다. 늘 '쉽게 쓰자'고 노력했던 것이고, 저보다도 더 젊은 기자이니 기사 내용이 이해안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고, 아..그 얘기를 하려나보다 하고 짚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선배 리포트한 것들이 그게 왜 기사가 돼요?" 이것은 IT/전자 분야를 맡은 방송기자에게 항상 숙제처럼 따라다니는 질문입니다. 아침에 데스크와 통화를 할 때, "이런저런게 있습니다."하고 보고를 하면 늘 "그래서 어쨌는데? 그게 왜 8시뉴스에 나가야되는데?"하는 부분을 설명해야 합니다. 신문방송학 책에서도 화두가 되는 이 물음에 대해 저는 어떻게 답했었는지 정리해보는 것으로 제 IT기자 생활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매일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분야이다보니, 왜 이 제품은 8뉴스용 기사가 되고 왜 저것은 안되느냐 하는 질문을 남에게서,또 스스로에게서 받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럴때 제가 스스로에게 내세웠던 원칙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 저는 IT산업 발전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IT의 큰 흐름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우선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가 있겠지요. 서로 다른 제품과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휴대폰과 카메라가 결합해 '폰카'가 뜨게 된 것, 그리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은 제품간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등장한 이동식 디지털방송 DMB, IP-TV등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convergence)'라는 화두에 해당하지요. 이 분야에 관한 것들은 작은 사실, 일개 기업의 사소한 발표일지라도 큰 화두,큰 흐름을 짚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8시 뉴스에 소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반면, 매우 재미있고 독특한 제품이라도 이런 큰 화두와의 연결이 미약하면 8시뉴스에 소화되기 어려웠습니다. 좀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제가 적극적으로 발제했지만 끝내 8뉴스에 방영되지 못한 것으로 저장장치 관련 뉴스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서 테입 등이 사라지고 하드디스크와 플래시메모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리포트하려고 여러차례 발제해봤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뭐, 저는 이것도 '컨버전스 뉴스'로 봤지만, 위에다 설득시키지 못한 탓이겠지요. 요즘은 '유비쿼터스(Ubiquitus)'라는 말도 큰 화두가 돼 있지요. 유.무선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원하는 기기를 컨트롤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크게 보면 '컨버전스'입니다. 휴대폰으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관리하고, 기업물류에 RFID를 적용해 바코드 시스템보다 효율을 크게 높이는 등의 일은 아직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것이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의 대세를 바꿔나가는 변화입니다. 10년전만해도 PC로 인터넷을 한다는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70대 노인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처럼요. 둘째. 저는 IT 테크놀로지의 대상이자 주체인 '사람'과 관련된 뉴스들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게 중요한 화두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디지털시대 계층간/지역간/세대간 정보격차.)'였습니다. 도시와 농촌, 노인과 젊은층간에 정보화 수준차이가 난다는 것은 여러 통계로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 통계 자체는 시청자에 대한 소구력이 약하죠. 그렇다고 독거노인이나 산골마을 청소년을 찾아 인간시대를 찍을 수도 없는 것이구요. 하지만, 기업이나 기관들이 하는 활동들을 잘 들여다보면,'디지털 디바이드의 해소'라는 화두를 녹여낼 수 있는 꺼리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제가 8시뉴스에 리포트했던 것 중에는 '울릉도의 인터넷 공부방' '보청견 이야기' 등이 이런 부류로서 반응이 좋았던 기사입니다. 그 외, 노인 인터넷활용교육, 장애인을 위한 컴퓨팅 인터페이스 개선 등은 기회있을때마다 8뉴스에 심어보려 했으나 다른 기사들에 밀려, 아침 제 출연코너에만 소개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람과 IT라는 주제에 관해서 보면,'복잡해져가는 디지털 전자기기. 어떻게 하면 사람이 쓰기 쉬워질까(인터페이스의 인간화)'라는 질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전에 '동작인식 센서가 내장된 휴대폰 개발'이라는 기사가 8뉴스를 탔습니다. 일단은 전화기를 이리저리 흔들어 전화를 걸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 자체가 우스꽝스러워, TV뉴스 소재로 흥미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류의 제품은 그 자체로서는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니, 많이 안팔릴 것이라고 저는 믿지만) 뭔가 새로운 인터페이스, 좀더 인간친화적인 작동법을 지닌 휴대폰을 만들어내려는 큰 흐름의 한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단지 '화면이 재미있어서, 신기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기사가 되는'것입니다. 그다음엔 개인정보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갖는 힘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 문제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터넷 종주국' 미국에서도 없는 일이라는 리포트는 90년대 말부터 해 왔습니다. 통신서비스회사와 소비자간 분쟁도 '사람과 iT'에서 빠지지 않는 기사소재입니다. 다만 저는 '어쩌다 빚어진 실수 한 건'에 대해서는 과거 다른 기자들보다 관대했습니다. 뭔가 회사 전체차원에서 빚어진 일이라든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성격의 케이스라든지, 이런것 위주로 기사화하려 했습니다. 요금(이를테면 휴대폰 요금)과 관련해서는, 경쟁구도가 전체적인 소비자 이해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큰 그림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번호이동제가 과연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 점이 무엇이냐 하는 주제 등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일반적인 뉴스리포트의 틀(1분20초)에 담기는 곤란한 점이 많더군요. 간혹 경제매거진 프로그램이나 아침방송 출연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만. 하긴, 물밑의 복잡한 갈등구조를 어떻게짧고 쉽게 전달하느냐 하는 것은, IT뿐 아니라 모든 분야 기자들의 숙제입니다. 셋째. 국가경제의 주요한 축이자 동력으로서 IT-전자산업이 갖는 의미를 상기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문화과학부'나 '정보산업부'가 아닌 '경제부'기자여서 그런 면도 있었겠지만, 다른 방송기자들보다는 IT'기업'의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제품기사 가운데서,iPod와 iriver H10에 관련된 기사는 이런 차원(산업 전체/국가간 경쟁)의 기사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기기 자체보다는 한미간 산업 주도권 다툼, 그리고 기기 뿐 아니라 DRM 표준 또는 주도권을 둘러싼 세계적인 경쟁 등을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윱니다. 소재나 부품산업에 관련된 성과들은 작더라도 리포트를 하려 애썼습니다. 반면 'IT산업 해외지급 로열티 늘어난다'류의 기사에 대해서는 보다 입체적인 자세를 견지하려 했습니다. 대개 과거에는 '백원 팔면 얼마가 로열티로 나간다. 어이구 아까워. 그걸 안내면 돈이 얼만데..'류의 기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접근법은 이랬습니다. '백원어치 팔아 15원을 로열티로 낸다면 비싼 것이다. 그러나 30원 로열티 내고 백80원어치 수출할 수 있다면, 그편이 훨씬 낫다.' 이에 대해 '너무 기업입장에 경도된 입장'이라고 비판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경제에 있어서 수익성 못지않게 볼륨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구가 4천만이 넘는 우리나라는 '강소국' 모델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양말공장 비닐공장도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해나갈 수 있어야 나라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축이거든요. 그래서 '굴뚝기업의 정보화'도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한 기사발굴의 주제였습니다. 이쪽으로는 반응이 뜨거웠던 작품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 두서없이 떠들다보니 '내자신을 위한 변명'이 굉장히 길어졌습니다. 이제 한발 떠나서 지켜보다보면, IT산업을 보는 제 자신의 시각도 더욱 성숙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IT가 이미 국가 수출의 30%인데, IT기업들의 노사관계, IT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은 노동담당 기자의 주요 이슈이기도 한 만큼, 이와 관련해서도 뭔가 좋은 기사꺼리가 없을지 잘 지켜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IT 기자 생활을 접으면서
독자여러분 설 명절 잘 쇠셨는지요. 저는 최근 사회부 노동문제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에 IT산업 위주의 글을 올려 왔는데, 이제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권의 행보,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등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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