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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입법보단 사퇴를 택한 천정배

-임기 못 채운 千.鄭.辛-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1일 새벽, 임시국회가 끝난 뒤

원내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4대 입법의 연내처리 무산에 책임을 지고

8개월만에 그만 둔 것입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첫째도, 둘째도 개혁" 이라는 기치로

당선됐던 천 의원이 아이러니하게 이른바 4대 개혁입법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천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수행한 8개월동안 색다른 실험을 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의 리더십을 상징하던 '권위','돈','계보관리'에서 벗어나

본인 스스로 '합리적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대화와 설득을 통한 리더십과

대야관계'를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계파보스가 사라진 17대 국회에서 이런 실험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혼선'이라는 단어로 이런 시행착오들이 비춰졌습니다. 이런 혼선에 대해

당내 일부 의원들은 천 대표의 리더십 탓으로 돌렸지만, 문희상 의원은

"탈레반인 줄로만 알았더니 당정분리,유독 많은 초선의원이라는 여건 속에서

천 대표가 상당히 잘 해 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천 의원의 핵심참모들도 인정하듯, '4대 개혁입법' 이라는

한 묶음으로 제시했던 승부수가 천 원내대표에겐 전략적인 실수였습니다.

물론 당시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에 몰리던 여당이 4대 개혁입법을 들고나오면서

국정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고 시민사회의 결집도 이끌어 낸 측면도 있지만,

각 상임위에서 별도로 추진했다면 최소화할 수도 있었던 야당과의 격한 대치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4대 입법 대부분을 연내처리하지 못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했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천정배 원내대표는 4인 회담과 그 후 협상과정에서 한나라당과

'국보법 대체입법'으로 합의하려했던 것일까? 협상과정에서 당 안밖의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종합해 보면 '국보법 폐지론자'인 천정배 의원은 원내대표직과 자신의 소신 사이에서

상당한 줄타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30,31일의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당 중진, 그리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중진의원인 이강래(열린우리당)-최연희(한나라당)가 마련한 국보법 대체입법 협상안을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평가했습니다. 당론변경을 통한 대체입법 수용도

천 대표에게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표결로 당론변경을 결정하려뎐 의원총회에서 천 대표는

갑자기 표결없이 '당론유지'쪽으로 결론 내렸고 이후 상황은 이미 보도된 대로입니다.

당 중진들인 이런 천 대표의 결정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의원총회 직후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온 천 대표를 따로 만났습니다.

"너무 잘 됐다. 의원총회에서 정말 훌륭한 결론이 났다" 천 대표가 던진 말입니다.

당시로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나라당과의 파국은 새해 예산안, 파병안 처리를 걱정해야 할

집권여당에겐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기때문입니다. 천 대표는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다면 죽어도 줬다. 국회의원을 그만 해도 좋다." 이른바 강경파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원내대표로서의 직분에 충실하기보다는 '어설픈 대체입법'으로 국보법에

'절차적 정당성'을 주는 상황을 피하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입법보다는 아예 국보법 처리를

유보하는 쪽으로 의원총회의 결론을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당시 이른바 '노인발언'으로 비례대표직을 던졌던 정동영 의장,

부친의 헌병 오장 전력논란이 벌어지자 의장직을 던졌던 신기남 의원,

그리고 원내대표직을 던진 천정배 의원, 이른바 '탈레반','천.정.신'으로 대표되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사퇴의 정치' 입니다. 무책임할 정도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또, 직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소수 강경파'에서 열린우리당 내 당권파로 바뀐 상황변화에는 결국

적응하지 못한 채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보기에따라선 '공격수'로서는 능하지만

'경영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원만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천정배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가 천.정.신 그룹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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