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휴가를 코 앞에 두고 파리 전역이 연말 분위기에 들떠있던 지난 달 21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던 프랑스 외무부의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막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프랑스 기자 2명이 석방됐는데 알고 있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넉 달, 정확하게 124일만의 석방입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 라디오 방송의 기자 2명은 지난 8월 이라크에서 취재 도중 무장 단체에 납치됐고 프랑스 정부는 이들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아랍권과 친한 나라인 프랑스는 지난 8월 두 기자들이 납치된 직후 바르니에 외무장관을 중동으로 급파해 우방에게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또 프랑스 내에 있던 아랍권 지도자들도 무장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프랑스 정부는 그 동안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이라크 전 내내 미국에 반기를 들었고,이라크에 파병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 아랍권과 가장 친한 나라이기도 해서 두 기자의 석방은 곧 이뤄질 것으로 생각됐습니다.하지만 곧 풀려날 것으로 여겨졌던 두 기자는 넉 달을 넘기고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파리 시민들은 두 기자의 대형 사진을 시청 건물에 내걸면서 무사 귀환을 빌었고 소속 신문사인 르 피가로지는 매일 두 기자의 억류 날짜를 계산하면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124일의 미스테리"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프랑스인 전체가 두 기자의 무사 귀환을 비는 분위기였지만 언론사들의 입장은 좀 다른 것 같았습니다. 두 기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두 사람이 정말로 이라크 무장 단체에 억류된 것이 맞느냐?'는 점에 의구심을 갖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즉,억류를 가장해서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를 반영하듯 리베라시옹지는 두 기자의 석방 소식을 1면에 실으면서 "124일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을 붙였고 르몽드지는 아예 석방 소식을 싣지도 않았습니다. "억류를 가장해 취재하는 것이다."는 가설은 기자들의 지나친 경쟁 의식에서 비롯된 억측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프랑스와 아랍권의 동맹 관계를 고려해보면 그런 가설이 나올 법도 했습니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아랍권과 관계를 돈독히 해 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숨진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 바로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미국의 친 이스라엘 노선을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앙숙인 아랍권과 손을 잡고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이런 프랑스 기자들을 왜 이라크 무장 세력이 납치했으며 뚜렷한 요구 조건도 없이 그토록 오랫동안 풀어주지도 않았을까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의 질서에 대해 미국적인 시각에서만 기사를 쓰지 말고 제 3세계의 시각도 담아 달라는 뜻에서 이라크 무장 세력이 프랑스 기자들에게 취재를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겁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왜 이런 억측(?)이 나오고 이런 분석들이 나왔는가?'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미국을 견제하라" "초 강대국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프랑스 정부와 프랑스 국민 사이에 강박관념처럼 퍼져있는 정서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겁니다. 과거 소련과 손을 잡고 유럽 차원에서 미국을 견제했던 프랑스는 몇 해 전부터 상황에 따라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유럽 연합내에서 입지를 굳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이웃나라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부시의 애완견"이라는 오명을 받을 정도로 미국과 거리를 좁히면서 유럽 연합과 별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와 미국,우리와 유럽의 관계를 생각해 봤습니다. 흔히 우리는 "미국 증시가 감기 걸리면 우리는 독감 걸린다."는 말로 미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설명합니다. 또 교육은 어떤가요? 조기 유학 열풍 속에 미국의 입시 제도 변화는 학부형들에게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 변화 보다도 더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에게 유럽의 이미지는 "관광하기 좋은 나라","문화와 예술의 나라"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슈퍼 유럽과 우리> 그러나 지난 연말 코트라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제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5월 유럽 연합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대폭 확대된 결과라고 코트라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터키에 대한 가입 협상이 본격화 될 예정이어서 유럽 연합은 미국에 맞서는 수퍼 유럽으로 조만간 재탄생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파리 특파원으로 처음 부임한 뒤 한국과 관련해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기사는 한국 영화와 휴대폰 관련 기사였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불고 있는 휴대폰 열풍과 휴대폰 관련 기업에 관한 이야기는 프랑스 기업들에게는 거의 경이적,신화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올해는 이 <슈퍼 유럽 >에 우리 기업 이미지들을 더욱 더 단단히 심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휴대폰 기사 이외에도 우리 기업과 우리 상품에 대한 더 많은 기사를 이곳에서 보고 가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 이 기사는 SBS 매거진 신년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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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유럽>과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휴가를 코 앞에 두고 파리 전역이 연말 분위기에 들떠있던 지난 달 21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던 프랑스 외무부의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막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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