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궐 가운데 일제에 의해 가장 많이 훼손된 곳이 경희궁입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복원을 미루면서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신문로에 있는 경희궁.
1617년 광해군이 지은 경희궁은 경복궁과 창경궁, 창덕궁 등과 더불어 한 때는 왕이 살던 정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침략기에 완전히 해체돼 터만 남게 됐고, 광복 후 수십년 뒤인 1988년에야 서울시가 터를 사들여 일부 복원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곳곳에 공사 흔적만 남긴 채, 시는 지난해부터 복원작업에서 손을 놓고 있습니다.
[정보윤/서울 장안동 : 설명도 잘 안돼있고, 처음 오는 사람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복원 범위와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지하 방공호도 흉측하게 그대로 남겨 둔 상태입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126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문화재청의 지원 없이는 더이상 비용을 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재청 역시 예산이 빠듯하다며 복원은 서울시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예산탓만 하며 책임을 미루는 사이, 경희궁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외면받는 애물단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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