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를 포함한 법조계에서 제기되는 법리적 쟁점은 관습헌법이 헌법재판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지, '수도=서울'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는지, 관습헌법 개정절차를 성문헌법과 대등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등이 골자다.
물론 헌재의 결정은 최종심으로서 법적 강제력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헌재가 관습헌법을 끌어들여 하위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헌재는 21일 결정에서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의 하나라고 명시했다. 일반 재판에서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 심리과정에 참고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허영 명지대 헌법학 교수는 "어느 나라든지 성문헌법 외에 헌법관습법을 두고 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그러나 "우리 헌법은 관습헌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설령 관습헌법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관습헌법으로서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조선왕조 창건 이후 한성이 수도로 기능해왔고 이는 경국대전에 반영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와 건국이후까지 서울은 수도로서 전국민의 폭넓은 승인을 얻었으므로 관습헌법"이라고 규정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수도는 국기나 애국가와 같이 실체가 있는 헌법사항"이라며 "명문화만 안됐지 실체가 있는 것이므로 관습헌법으로서 부족한 면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헌재 논리대로라면 최근 여야 공히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 경우 헌법개정이 아닌 법개정을 추진한다면 이 역시 위헌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변도 "서울=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의 일부라고 하는 헌재의 해석은 그동안 헌법학계와 판례에서 전혀 거론된 바 없다"며 "이는 헌재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헌재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습헌법에 반하는 내용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이 내용을 새로이 넣는 것만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헌법 130조 국민투표권 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 관습헌법의 개정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며 "헌재의 법리전개는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관습헌법이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할 경우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며 "이때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한 개헌은 헌재가 불문헌법이라는 이유로 헌법화, 헌법창설 기능까지 갖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헌법적 관습, 정신, 관행 등에 대한 위배를 지적한 사례가 독일과 미국 등에 있었지만 성문헌법 위배 여부가 우선적 판단기준이 됐을 뿐 이번처럼 판단 근거로 관습헌법 위배만 놓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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