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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편히 쉬소서" 터키용사 유족 묘역 참배

<8뉴스>

<앵커>

한국전쟁 때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보내준 인연으로 우리나라와 터키 양국은 지난 2002 월드컵 때도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오늘(19일),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에서숨진 터키 참전 용사들의 유족들이 묘역을 찾았습니다.

테마기획, 박수택 기자입니다.

<기자>

70대 터키 노인 열여섯 명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반세기 전, 낯선 땅의 자유를 지키러 떠나는 가족과 잠시 나눈 작별이 영원한 이별이 되고 만 사람들입니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남편을 떠나보낸 열 일곱 새색시 후리예 씨는 71살의 할머니가 됐습니다.

유복자 키우며 지니고 산 권총은 우리 식의 '은장도'였습니다.

[추모예배(부산 유엔군묘지) : 세계 평화를 위해 멀리 한국에 왔던 용사들은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

영혼과 대면하는 유족들은 숙연했습니다.

[전몰용사 아들 :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젊은 모습 아버지 기억밖엔 없을 늙은 딸이 고향 대추나무 잎을 영전에 피워 올립니다.

[전몰용사 딸 : 아버지가 고향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가져왔습니다.]

형님 비석에 꽃 바치고 입 맞추는 동생.

삼촌 이름 물려받은 조카는 무덤도 못 쓴 삼촌을 그리며 스스로 위로합니다.

[후세인 알륜/전몰용사 조카 : 실종자 명단엔 있지만 무덤이 없으니, 희망이 있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후리예 씨 모자도 끝내 고인이 누운 자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후리예 알렘다/전몰용사 아내 : 하느님이 당신을 천국에서 받아주시고 형제의 나라 한국인들도 받아주시길..]

[젬지 알렘다/전몰용사 유복자 :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아버지!]

자원해서 6.26에 참전한 터키 군인이 5천명, 전사 실종자는 1천명.

가족의 피가 서린 이땅의 위령 순례길을 염원하며 터키의 유족들은 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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