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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정신병원 감금

<8뉴스>

<앵커>

재산을 노린 아내가 멀쩡한 남편을 정신병자로 강제입원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감금된 사람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일부 정신병원들은 이런 환자를 싣고오는 응급차에 뒷돈까지 건네주고 있습니다.

김천홍 기자의 현장속으로가 고발합니다.

<기자>

지난 8월 30일 저녁.

자신의 집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엄성환 씨는 난데없이 나타난 청년 4명으로부터 손과 발이 묶였습니다.

[엄성환/강제입원 피해자 : 엎어지니까 사람들이 전부 다... 네 사람이 다 발로 밟고 무릎으로 눌러서 이런 식으로 해서 손 묶고 다리 묶고...]

엄씨는 속옷 차림으로 엎어져 묶인 채 그대로 들것에 실려 응급차에 태워졌습니다.

[엄성환/강제입원 피해자 : 나 살려달라고 동네 사람 이름 다 부르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나오니까 여자(아내)가 한다는 말이 바깥에 막아 서서 가정일이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

엄씨가 실려간 곳은 놀랍게도 정신병원.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엄씨를 정신질환자라며 강제 입원시킨 장본인이 바로 아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소에 술주정이 잦고 자신을 의심한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재산 때문이었습니다.

[엄씨 아내 : 내일 송치될 건데 뭘 묻습니까, 자꾸. 그럼 끝난 거 아닙니까? 제가 한 거를 했다고 시인했고 다 했는데 뭐 그럽니까?]

경찰수사 결과 아내와 함께 엄씨의 입원에 동의한 엄씨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는 팔순 노인이었습니다.

[병원 관계자 : (근데 그때 시아버지라는 분의 상태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지금 말씀하시는 분의 정신상태도 모르거든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근데 그 사람 시아버지 (상태)를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입원을 동의한 보호자의 상태는 어떠하든 상관이 없다는 얘깁니다.

엄씨 본인의 의사는 더더욱 무시됐습니다.

[만약에 댁이 입원하셨지요. 그러면 지금 진단서 절대 안나옵니다. 저는 한달 있다가 끊어줍니다. (그럼 한달 동안 여기 있어야 되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중인 환자 가운데 64%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입원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엄씨 또한 자신처럼 억울하게 강제 입원당한 환자가 적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정신병원에 내가 들어가 보니까 억울한 사람 엄청나게 많아요. 멀쩡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호사들한테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들도 인간이지요? 당신들도 가정이 있지요? 가족이 있지요? 당신들 그러면 안된다, 억울한 사람, 진짜 정신병자... 당신들 그만큼 경험했으면 여기서 근무를 했으면 그런 걸 모르나...]

일부 정신병원들은 환자의 상태, 즉 실제로 입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한술 더 떠 환자를 많이 실어다 달라며 뒷돈까지 챙겨줍니다.

[민간 이송업자 : 병원에서도 환자가 한명이라도 더 들어와야지 병원 수익이 올라가다보니까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서 병원 과장들이나 행정 쪽에 있는 사람들이 영업을 하러 다닙니다. 저희들같은 이송업자들한테... (그럴 경우 환자 이송을 하면 돈을 줍니까?) 그런 경우 돈을 주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대개 얼마씩 줘요?) 보통 5만원에서 10만원 주는데요.]

돈벌이를 위해 대충의 요식 행위만 갖춘 채 멀쩡한 사람까지 강제 입원시킨 정신병원.

동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병원은 진단에만 한달이 걸린다던 당초 주장과는 달리 며칠 뒤 슬그머니 엄씨를 퇴원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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