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직장인들이 노후에 기댈 곳이라곤 '국민연금'과 '퇴직금'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부실한 운영으로 위기에 직면했고, 퇴직금도 노후를 기대기는 사실상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국민연금과 퇴직금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 조 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산타노자 요양원. 은퇴한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는 곳입니다.
국민연금을 받아 요양원에 내면 노후 생계가 보장됩니다.
[은퇴 노인 : 여기는 너무 좋아요. 거의 천국이죠.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연금 제도가 불만입니다.
[이탈리아 직장인 : 저희는 노후생활에 만족할 만큼 연금을 받지 못할 겁니다. 그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국민연금은 수입과 지출 균형을 제때 맞추지 못해 재정이 파탄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90년대 세차례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사회 혼란만 불러 일으켰고, 지난 7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연금법 개정 문제로 신임투표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연금제도가 비교적 잘 된 스위스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 안전망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제네바의 회계사무소에 근무하는 알도망씨는 월급 8천프랑, 우리돈으로 7백20여만원 가운데 4분의 1 가량을 각종 연금에 붓고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기업연금에 천5백 프랑, 개인연금도 별도로 가입했습니다.
스위스의 직장인들은 노후대비를 연금에 맡기고 있습니다.
[알도망 : 현재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미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민연금도 대다수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이지만, 서툰 운영과 홍보 부족 때문에 반대 운동까지 불러왔습니다.
수급자인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2047년이면 재정이 바닥나게 돼 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연금보험요율을 15.9%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낮추는 내용으로 연금법을 손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킬지 미지숩니다.
[지금 개정하지 않는다면 훗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직장인들이 기대는 또다른 노후대책이 퇴직금입니다.
하지만 환경 미화원 박광원씨는 26년 동안 일하고 받은 퇴직금 7천만원을 지난해 한꺼번에 날렸습니다.
상가에 투자했다가, 분양 사기사건에 휘말린 것입니다.
[박광원 : 내 생전에 벌지도 못해, 벌어보지도 못해 그 돈을, 만지지도 못 하고...]
기업의 부도와 잦은 이직, 중간 정산 등으로 퇴직금의 노후보장적 성격은 이미 퇴색했습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의 한 기업, 린다는 퇴직금 대신에 매달 회사로부터 받는 2백 달러에 자기 돈 5백 달러를 더해 간접 투자를 합니다.
[린다 : 투자를 하면 수익에 따르는 위험이 반드시 있지만 거기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린다는 지난해 회사에서 추천을 해준 펀드에 투자를 해 30%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내에서도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뒤 투자해서 노후를 대비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잘 굴리면 수익도 괜찮습니다.
[금융기관 관계자 : 실질 운영은 7~10% 정도 주식운용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안전한 국공채 위주로 설계를 했거든요.]
정부도 현행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이런 방식의 퇴직연금제도를 후년에 도입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투자의 위험을 누가 질 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할 것인지 등을 놓고 노사의 힘겨루기가 한창입니다.
불안한 국내 주식시장 상황도 제도 정착의 걸림돌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기초적인 생계비 정도만 책임지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함께 노후를 떠받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경제학 교수 : 아마 국민연금 제도의 갹출료 수준을 대폭 낮추고 이를 기업연금 제도로 대체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노후자금이라는 퇴직금의 성격상 운영에도 주의를 기울여 도입 초기에 30% 이상은 주식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퇴직연금 전문가 : 미국에서도 개별주식보다는 국채나 회사채 또는 해외투자로 안정된 투자결과를 얻는 것을 많이 권유합니다.]
선진국과는 달리 1인당 국민소득 만달러 시대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대책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착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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