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외교의 미숙함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교적 미숙함의 결과가 나라고 생각한다"
로버트김 후원회는 23일 국가기밀누설죄로 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달 27일 석방되는 로버트김(64.한국명 김채곤)의 인생역정을 담은 로버트김 자서전 '집으로 돌아오다'(한길사 刊)를 펴냈다.
로버트김은 이 책에서 사건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인 백동일(56.해군 예비역 대령)씨와 정보를 주고 받았던 과정, 체포 및 재판 과정 등을 소상히 소개했다.
◆ "외교적 미숙함의 결과가 나" = 로버트김은 자신이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체포, 수감된데 대해 "당시 한미간 공조체제가 안돼 있고 미국 측이 그 사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아 그런 결과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한국 외교의 미숙함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교적 미숙함의 결과가 나라고 생각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로버트김은 또 "나는 기밀을 수집한 게 아니라 내 책상 위에 올려진 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처럼 나는 벗겨도 겉과 속이 같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로버트김은 당시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미온적이었던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나를 우울하게 했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김영삼 정부가 나의 사건에 대해 방관적 입장을 보인 것은 정보제공의 순수성과 정보의 중요성으로 볼 때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나는 공모자 없는 공모죄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 "한국, 미국과 정보공유 안돼" = 자서전에 따르면 로버트김은 백씨에게 북한군 동요 여부, 국제사회 지원식량의 북한군 유입여부, 휴전선 부근 북한군 배치실태,북한의 수출입 무기현황과 해군 동향, 탈북자 실태 등을 포함 50건의 정보를 넘겼다.
백씨는 이중 39건만 상부에 보고했고 박철언씨 등 당시 정치계 인사들을 다룬 내용은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백 대령이 파기한 것으로 소개됐다.
그는 "미 정보기관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완전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중요한 정보공유 체제에서 밀려나 있는 한국 상황이 항상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내가 중국 군사력 현황, 일본 방위력 증강계획, 북한 사회.정치동향, 한국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문건 등을 넘겼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언젠가 금지가 풀린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으리라"고 여운을 남겼다.
◆ "라디오 켜놓고 이야기 할까요" = 로버트김은 백씨에게 정보를 넘겨주던 과정에서 한 차례 미 수사기관의 추적을 눈치챌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그날 우리(로버트김,백동일)는 평소와 달리 라디오를 켜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라디오 소음 때문에 대화가 중간중간 끊겼다"며 자신의 체포직전 백씨가 도청을 의식한 듯 낮은 목소리로 정보교환을 그만두자는 제안을 했었다고 밝혔다.
백씨는 이 자리에서 이란이 미사일 기술 도입선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바꾸려 한다는 내용,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된 서류봉투를 누군가 몰래 뜯어본 흔적이 있었다는 말을 로버트김에게 전하고 당분간 연락을 끊자는 통보도 했다.
이후 백씨와 로버트김은 정보교류를 하지 않다가 1996년 9월18일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을 계기로 로버트김은 북한 잠수정 침투경로를 백씨에게 알려줬고 같은해 9월24일 로버트김은 FBI에 체포된다.
그는 "백 대령은 미 국방부 정보본부(DIA)와 미 해군성 정보참모부 및 작전기획 참모부에 전화를 걸어 (북한 잠수함 관련) 자료 제공을 부탁했다 거절을 당하자 내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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