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시 체제하의 워싱턴에 처음 간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적절한 보상이 있으면 핵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도 속내를 드러낸 셈이지만, 워싱턴 한복판에서 이런 이런 말을 하도록 용납한 미국도 나름의 계산이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김성준 특파원입니다.
<기자>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먼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거침없이 확인했습니다.
[박길연/유엔 주재 북한 대사 : 우리는 외부로부터 주권을 보호할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 대사는 그러나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상의 내용으로 안전보장 약속과 경제 제재 해제, 그리고 200만 킬로와트 규모의 에너지 지원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선언해야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전쟁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하라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박길연/유엔 주재 북한 대사 : 북한과 미국은 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북미 직접 협상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6자 회담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길연 대사는 또 자신의 워싱턴 방문이 북미관계 진전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박 대사의 워싱턴 행을 허용한 것은 3차 6자회담에서 제시한 핵 폐기 방안에 대해 북한이 응답할 기회를 폭넓게 열어주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