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어린이 집은 맞벌이 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육시설입니다. 그래도나라에서 하는 건데 설마 하며 믿은 부모들 마음에 피멍들게 한 어린이집을 고발합니다.부디 이곳 한 곳 뿐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동취재, 정형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구립 어린이 집.
오후 간식시간에 학부모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있는 간식이라곤 감자 반쪽과 요구르트 1병이 전부.
식단을 본 학부모들은 안쓰러움에 한동안 말을 잊습니다.
마침내 원장에게 가졌던 불만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봇물 터지듯 쏟아냅니다.
[어쩐지 늘 배고파 하더라고요...돈 몇 십만원 아끼려고 애들 이렇게 못 먹이고. 정말 수용소도 아니고... 너무 화가 나고 우리 아이들한테 미안하죠.]
[엄마로서, 엄마가 더 좋은 데를 못 보내줘서 너무 미안하죠.]
식당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삶다 터져버린 상한 계란 10여 개가 눈에 띕니다.
[어린이집 주방 직원 : 곯아서 이게 다 빠진 거죠. 곯아서 삶으니까 속이 다 빠져버리고..]
취재진이 입수한 이 어린이집의 회계장부입니다.
구청에 제출하는 감사용 장부에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엿새 동안 급식비로 48만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식품을 구입한 것은 절반도 안 되는 20만 천 8백원에 불과했습니다.
장부상 한달 평균 급식비는 350만원이지만, 실제 영수 금액으로는 200-250만원 정도입니다.
원장은 급식비를 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어린이 집 원장 : 예산 세운 것보다는 70% 정도 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어린이집을 운영하다보면 그렇게 드러내놓고 쓸 수 없는 돈이 상당히 들어가요.]
원장은 또 한권에 2만 2천원하는 학습교재를 3만 5천원에 구입했다며, 부모들로부터 만 3천원씩을 더 받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구청으로부터 매월 천만원 가량의 보조금도 받고 있습니다.
감독기관인 관할구청은 인력부족만을 탓합니다.
[구청 담당 공무원 : 전체 공무원 사회가 직원이 모자라다 보니까. 또 업무 보는 직원은 한계가 있고, 발등의 불 끄기 바쁜 형편이에요.]
아이들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관할 구청의 허술한 관리 감독 속에 애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가슴만 멍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