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요즘 민중의 지팡이란 경찰의 체면, 이래저래 말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시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붙잡은 강도를 한 경찰관이 시침 뚝 떼고 자기 실적표에 올렸다가 망신을 샀습니다.
기동취재, 김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달 30일 새벽 서울 미아동의 한 백화점 앞. 집에 가던 34살 고모씨와 32살 김모씨는 다급히 달려오는 20대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뒤따라오던 여자 2명이 "강도를 잡아달라"고 소리치자, 고씨와 김씨는 곧바로 남자를 뒤쫓아갔고 격투 끝에 강도를 붙잡았습니다.
두 사람은 이어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강도를 인계했습니다.
또 강도가 피해자들로부터 빼앗았다가 붙잡히면서 몰래 버린 다이아몬드 반지도 함께 찾아서 경찰에 건네줬습니다.
그런데 경찰관들의 반응은 뜻 밖이었습니다.
[고모씨/강도검거 시민 : 적어도 저희가 잡았으면 다친 데는 없느냐, 고맙다든지.. 인적사항이라도 좀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안 썼습니다.]
경찰은 목숨을 걸고 강도 피의자를 붙잡은 고씨를 제쳐두고,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경찰이 강도를 데려간 뒤 작성한 체포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고씨 등이 잡았다 놓친 피의자를 경찰관들이 추격해 붙잡았고, 피해자의 반지도 경찰관이 직접 찾아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김모씨/강도검거 시민 : 경찰이 와서 주워서 자기네들이 갖고 있었다고 조서에 나와 있더라고요. 그 사람(출동 경찰관)한테 표창장 하나 주려고..]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시민의 공적을 빼앗지는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경찰서 간부 : 물론 보고서에 좀 과장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직원에 대해서는 전혀 표창을 주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지난 4월 경찰청은 경찰관들이 특진을 노리고 실적을 부풀리다 적발될 경우 엄중 문책하겠다는 공문을 전국의 경찰서로 발송했습니다.
해당 경찰서는 뒤늦게 고씨와 김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로 했지만, 두 사람은 감사장을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