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싼 양주는 마시다 남으면 영어로 '키핑' 즉 보관해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젠 소주도 맡겨뒀다 마실 수 있는 술집이 늘고 있습니다. 불황의 그늘에서 괜찮은 음주 문화 하나 생긴 셈입니다.
보도에 권영인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충정로에 있는 한 식당입니다.
퇴근 무렵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사장님! 제가 저번에 제가 맡겨둔 소주 있죠? 키핑해 둔 소주 주세요.]
주문한 술은 새 술이 아니라 지난 번에 마시고 남겨놓은 소주.
손님들이 맡겨둔 소주를 보관하는 냉장고입니다.
이렇게 이름표가 붙어있는 소주병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회사원에서 우체국 집배원까지. 소주병 주인들도 각양각색입니다.
[최현정/식당주인 : 처음에 손님이 부탁해서 맡게 됐는데 취지가 좋아서 다른 손님한테 권하니까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
[전성진/회사원 : 솔직히 한병 마시기에는 좀 많죠. 그럴 땐 반 병 정도 마시고 남는건 버리긴 아깝고 그래서 이렇게 맡기고 가요. ]
소주도 아껴 마시고 보관하는 세태, 경기불황을 헤쳐가는 서민들의 새로운 풍속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