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군 의문사, 50년만의 배상

<8뉴스>

<앵커>

군복무중에 상급자의 구타로 숨진 병사의 가족들이 무려 47년만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습니다. 부인과 아들까지 2대에 걸친 호소가 결국 인정된 것인데 군 당국의 무성의한 태도가 죽음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정성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49살 이영환씨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군복무 중이던 지난 55년, 나무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씨의 어머니는 남편이 상급자의 구타로 숨졌다는 말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힘든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남편을 때린 상급자의 자술서까지 들이대며 확인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영환/아들 : 당시 육군 당국의 공식 기록하고 가해자의 진술이 다르다며 인정을 안 해줍니다.]

이씨의 어머니가 싸움을 시작한 지 47년만인 재작년. 군당국이 뒤늦게 구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은 "군 당국이 이씨 아버지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려주지 않아 가족들에게 수십년간 피해를 줬다"며 "8천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명옥/변호사 : 망인의 처에 대한 위자료가 3천만이구요, 망인의 아들 교육혜택 뭐 이런 걸 보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하지만 이씨의 어머니는 판결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눈을 감았습니다.

이씨는 이번 판결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반세기 동안 받아 온 아픔을 씻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