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수도 공사 좀 한다고 수십년된 가로수들을 마구 파헤친 구청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부랴부랴 다시 심겠다는데 이중으로 돈 들여가며 가로수야 어찌어찌 복구하겠지만 뽑혀나간 민심이 걱정입니다.
기동취재, 심영구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5월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30년된 가로수들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는 3미터 가까운 가로수 30여 그루가 파헤쳐진 채 모두 쓰러져 있습니다.
근처 하수도관 교체 공사에 방해가 된다며 지난달 초 구청측이 설계를 변경해 뽑아버린 가로수들입니다.
[담당 공무원 : 수목 이식을 안하고 장비를 가지고 작업하다 보니까 장비 회전도 안되고 작업이 불가능 해요.]
주민들은 구청측이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가로수를 파헤쳐 버렸다고 비난합니다.
[강태원/주민 : 이, 삼십년 된 비싸고 단지의 조경을 유지, 관리해 온 이 나무를 옮긴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거예요.]
[최정자/주민 : 과장님, 나무를 심어놓으면 지금 현상태대로 이대로 됩니까? (이대로는 안 되죠.) 안 되죠, 이 나무같이 이대로 되려면 십 년은 돼야 이 나무같이 된다 이 말씀입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구청측은 뒤늦게서야 가로수를 다시 그 자리에 심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뽑혀버린 가로수들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가로수의 잔뿌리는 모두 잘려나갔습니다.
가로수를 뽑아내면 잔뿌리들을 모두 쳐내게 되는데 남은 뿌리로는 물과 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지를 쳐줘야만 하고 가로수가 볼품없게 변하게 됩니다.
가로수들이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몇년은 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정준용/조경전문가 : 그 가지가 다시 성장했을 때 가지가 나오게 되는데 1년 뒤부터 한 4, 5년은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주민들은 구청측이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최정자/주민 : 예산이 조금 더 들더라도 조금 비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느냐. 어떤 것이 중요합니까?]
가로수를 뽑았다가 다시 심는 비용만 4천 5백만원.
구청은 예산 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주민들의 신뢰마저 잃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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