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취는 자칫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가 시술해야합니다. 그런데 인건비를 줄이자고 간호사들에게 마취를 맡기는 위험천만한 병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집중 취재, 최희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해 6월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37살 정 모씨는 아홉달째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수술 당시 받은 전신 마취가 잘못돼서, 뇌와 심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씨 어머니 : 처음에 왔을 때는 의식도 있고 전화도 하고 말도 했는데, (수술) 이후로 의식 잃고 말도 못하고 이렇게 있습니다.]
의료법상 마취는 자칫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가 시행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 마취는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의 몫이었습니다.
불법을 감추기 위해 수술 기록지의 마취 전문의사 서명란에 간호사가 버젓이 서명까지 해놨습니다.
[정씨 수술 병원 관계자 : (여기서 마취 전문의가 아닌 마취 간호사들이 마취하고 있다는데...)그렇지는 않죠. 우리 마취 과장님도 계시는데.(박00이란 분 계셨나요? 마취 간호사로.) 그거는 마취 간호사에요.]
문제는 시중 병원 상당수가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간호사에게 마취를 맡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마취 전문의사의 경우 시간당 14만원을 인건비로 줘야하지만, 간호사는 시간당 10만원정도만 주면 됩니다.
[모 병원 원무과장 : 하루에 10건만 해도 한달이면 3천만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마취 간호사를 안 쓸 이유가 있겠습니까.]
시중 병원들의 이런 불법 관행 때문에 지방의 경우, 이른바 출장 마취 간호사가 성행할 정도입니다.
[마취 간호사 : (마취 전문의 없이 (간호사) 혼자 마취해도 상관 없나요?) 상관 없어요. 외과의라고 하더라도 저희가 보면 마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인데.]
관할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진상을 파악해서 엄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민규/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 의사가 감독하게 되고, 간호사는 주사 행위와 마취 보조행위만 할 수 있습니다. 범위를 일탈하는 일을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입니다.]
돈만 생각하는 병원과 정부당국의 허술한 감독, 수술대 위 환자들만 위험 속에 생명을 맡기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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