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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문화재청이 훼손 앞장?

<8뉴스>

<앵커>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 할 문화재청이 사적지에 있는 나무를 마구 뽑아서 청와대 경내로 옮겨 심었습니다. 문화재청은 통상적인 일로 별 문제 없다는 주장인데, 환경단체들은 높은곳 눈치 알아서 살핀게 아니냐고 꼬집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하현종 기자입니다.

<기자>

사적 제 205호로 지정된 경기도 파주의 공릉입니다.

능 주변에 토종 철쭉나무 수백그루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서 땅을 파헤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철쭉나무가 뿌리째 뽑힌 자리입니다.

[문화재청 직원 : (철쭉을 몇그루나 뽑은 거에요?) 한 30여그루 정도 이식했습니다.]

나무를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문화재청.

뽑힌 철쭉들은 지난 14일 청와대 경내에 있는 사적지인 칠궁으로 옮겨 심어졌습니다.

칠궁은 조선시대 후궁들의 위패가 모셔진 사적 제149호.

지난 4일 칠궁의 토종 철쭉나무가 시들자 문화재청이 부랴부랴 공릉에 있던 철쭉들을 파내서 옮긴 것입니다.

토종 철쭉을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태정/한국 야생화연구소 소장 : 토종철쭉은 번식도 어렵고 성장이 느리고 고산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철쭉을 옮겨심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스스로 법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사적지에서 식물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장이 승인한 현상변경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문화재청 직원 : 전화로 연락받고 나무를 채취했죠. (문서로 안하고 전화로요?) 문서는 추후에 하는걸로 하고.]

청와대 경내 칠궁의 철쭉이 시든 것은 지난 4일.

현상변경 허가를 받으려면 보통 한달 이상 걸리지만, 공릉에서 칠궁으로 철쭉나무를 옮기는데는 불과 열흘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화재청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재청 직원 :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될 상태니까 이건 현실적으로 허가를 맡아서는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사항들이에요.]

[이현숙 / 파주 환경운동연합 : 정당한 법적 행정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 반출했다는 것은 문화재 보호에 있어 깊이 우려할만합니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칠궁이 청와대 경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문화재청이 알아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문화재청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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