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전국적으로 고철모으기 행사가 한창인데, 지자체들 사이에 경쟁이 불붙으면서 멀쩡한 사무실을 부숴서 고철을 짜내고, 야반 도둑질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웃지못할 촌극입니다.
김범주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한 달 동안 모은 고철입니다.
모두 천 85톤, 공설운동장 주차장에 산더미처럼 쌓일 정도입니다.
자재난을 덜기 위해 벌였던 이 행사에는 성남 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31개 시군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고철 모으기 행사가 시나 동 사이에 경쟁을 붙이는 경진대회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실적대로 순위를 매겨 포상을 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일부에서 무리한 방법들이 등장했습니다.
[동사무소 직원 : 동장은 절박하죠, 식당 가서는 구청 위생과라고 하고, 카센터에서는 점검나왔다고 하고 (수거하고)... 자재같은거 나중엔 쓰는 것 같은 것도 안볼때 빨리 실으라고 했다가 걸린 적도 있어요.]
한 동사무소는 이사를 한 달 앞두고 서둘러 철로 만든 계단과 손잡이, 그리고 철탑까지 잘라내 고철로 넘겼습니다.
공무원들이 이렇게 고철모으기에 동원되면서 한달 목표량 2톤을 스무배 이상 초과한 동들이 수두룩하게 나왔습니다.
[시 관계자 : 인사고과에 반영이 되겠죠. 능력있는 동장이다, 열심히 했다, 공무원들 근무평정에 들어가는거지.]
결국 경기도 전체에서 지난 주말까지 목표치 천 24톤의 14배가 넘는 만 4천 5백톤의 고철이 수거됐습니다.
하지만 고철이 너무 많이 쌓인 통에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게 된 제철회사들이 반입 물량을 줄이고 나섰고, 값도 함께 크게 떨어지면서 수거업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고물상 : 정부에서 고철이 없다고 모으자고 해놓고,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으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
목표는 훨씬 넘겼지만 전시행정의 뒷맛은 이렇게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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