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알고보면 우리나라도 산불예방을 위해 아주 많은 인원과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깊숙이 들여다보니 산 위는 아직도 화재에 알몸채로 노출돼 있었고 단속이라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기동취재, 송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일, 관악산에 때아닌 헬기가 떴습니다.
강릉과 속초 등지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자 정부에서 벌인 산불 모의진화 훈련입니다.
이날 산불 예방 행사에만 농림부 장관 등 공무원 200여 명이 동원됐습니다.
[허상만/농림부 장관 : 산불 좀 조심해주시고 산림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간, 산 위의 실태는 어떤지 정상으로 올라가봤습니다. 곳곳에서 산불 조심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런 안내문이 무색하게 바싹 마른 낙엽과 나뭇가지 옆에서 등산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꺼내 뭅니다.
[(담배 산에서 피워도 돼요?) 불법으로 피우는 거지, 피우고 싶으니까.]
[내가 확실히 확인하고 끄면 괜찮죠. (단속반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오.]
정상에 다다르자 산림청 헬기가 지나갑니다.
"산에서 담배를 피지 맙시다."
헬기가 지나간 곳 바로 아래 나무 사이에는 거나한 술판이 벌어져 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돗자리마다 막걸리병이 널려 있습니다.
[노점상 : 여기 별천지예요. 천국. 나도 포항에서 왔지만 이런 산 처음 봤어요.]
한 켠에 위태롭게 서있는 가열기구들이 쉬지않고 불꽃을 내뿜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등산객들도 서슴지 않고 담배를 피웁니다.
[노점상 : (여기서 불 사용해도 아무말 안해요?) 워낙 전통 있는데라서 없앨 수가 없지. 30년 전통으로 이렇게 팔고 있으니. (불나면 어떡해요?) 절대 여긴 불이 안나지.]
잠시 뒤 공익근무요원이 다가옵니다. 단속을 하는가 싶더니 오히려 단속을 조심하라는 말만 합니다.
[공익요원 : (단속) 여기까지 온다고, 나무 박아 놓은데까지 오니까.]
[노점상 : 오케바리. 알았어.]
[공익근무요원 : (화기를) 뒤로 뺐다가 (단속) 가면 내가 얘기해 줄테니까.]
[노점상 : 얘기해줘. (단속) 가면.]
관할 지자체를 찾아갔습니다. 단속정보를 흘려주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합니다.
[안양시청 직원 : 고운정, 미운정 든다고. 예를 들어서 기자님하고 나하고 잘안다 이거에요. '야, 떴어' 이래 줄 수 있는거죠.]
불법 영업을 뿌리 뽑는 일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안양시청 직원 : 우리가 단속을 나가면 다른 곳으로 가고 파리떼 날리는 식이에요.]
관악산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자체.
[관악구청 관계자 : (산불단속이) 수박 겉핥기랄까 상당히 형식적이에요. (화기 때문에 불이 날뻔한 적은 없었나요?) 화기 때문에 불난 적은 없어요. 그건 그 사람들이 더 조심을 하거든요.]
지난 석달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20여건. 위험천만한 불법 영업과 허술한 단속 속에서 정부의 산불 예방 구호는 공염불일 뿐입니다.
[관악구청 관계자 : (단속은 매일 나간다고 하셨잖아요?) 네, (오늘 오전에 있었는데 안보이던데요?) 오늘 (단속) 못갔어요. 행사 때문에. 하필이면 오늘 취재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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