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눈 하나 못치우면서"

"국민들의 신뢰 잃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8뉴스>

<앵커>

전쟁도 아닌 눈 때문에 수만명의 시민들이 길위에서 밤을 새워야 할 만큼 우리의 재난관리체계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고 대책은 없는 것인지, 김형민 정치부장이 짚어봤습니다.

<기자>

오도가도 못한 채 고속도로 위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악몽의 서른 시간을 보내야 했던 수만명의 시민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나라가 과연 제대로 움직이는 나라인가, 이래가지고 국가를 믿고 살 수 있겠는가하는 근본적인 회의와 분노로 옥죄어오는 추위 속에서 더욱 몸을 떨어야 했을 겁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되짚어보면 적절한 대응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또 한 차례의 인재였음을 확인하고는 솟구치는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어 집니다.

남이 분기점 부근에서 차량이 엉키기 시작한 것이 5일 오전 7시 쯤.

무려 7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에야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차단방침을 발표해서 그 사이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 만여대는 꼼짝없이 눈속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정부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제설작업을 시작한 것은 다음 날인 어제 오전의 총리주재 폭설관련 관계장관회의.

상하행선 어느 한쪽이 정체되지 않은 고속도로 구간에서 반대차선을 가변차선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운전자들이 고립 상태로 24시간 이상을 힘겹게 버틴 이후였습니다.

고립객들에 대한 구호품 지급과 대피 안내도 민간의 지원이 오히려 빛나보일만큼 우왕좌왕 치졸한 수준이었습니다.

[고건/국무총리 : 긴급구호 조직적으로 해달라고 몇번 부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술 전문성도 없고 무계획적이며 구태의연한 채 희망적 관측에 매달려 안일하게 초기 대응해 사태를 꼬이게 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고건 총리가 관계장관들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하며 스스로를 진단한 이 발언들은 부끄러우리만치 허술한 우리 재해관리 시스템의 현 주소를 너무나 분명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겪어온 수없는 대형참사, 가까이는 지난 해 9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제 14호 태풍 매미의 교훈에서조차 우리 정부는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설로 무너져 내린 것이 축사와 비닐하우스 뿐 아니라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근복적 신뢰 우리 국민 모두의 자존심이라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들은 더없이 무겁게 받아들여서 인재로 인한 대형참사가 다시는 이 땅에 없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