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방된 지 60년 가까이 되지만, 친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국가 차원에서 규명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친일 청산, 멀고 지난하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양만희 기자입니다.
<기자>
8.15 광복 직후, 일제의 잔재를 말끔히 걷어내자는 결연한 다짐과 함께 출범한 반민특위.
그러나 일제 36년을 거치며 기득권층으로 뿌리 내린 친일 세력의 집요한 공격 앞에 결국, 1년도 못돼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53년 만인 재작년 친일 반민족행위자 7백8명의 명단이 전격 발표되면서, 반민특위는 친일 진상규명 법안으로 다시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반의 준비를 거쳐 반수가 넘는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석 달 동안 심의조차 미룰 정도로 국회는 소극적이었고 정부까지 법 만드는 데 반대했습니다.
[김주현/행정자치부 차관: 조사 대상자 및 후손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국민적인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하나 있고...]
[이게 노무현 정부야? 어디서 정리를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됐나?]
천신만고 끝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조사 대상이 엄청나게 축소됐습니다.
[김용균/한나라당 의원 : 친일파로 모함해서 정치적 이득 취하고, 못된 짓을 계속해서 재미를 보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상대를 헐뜯는 도구가 될 수 없도록 정리돼야 합니다.]
단적으로 징병이나 징용, 위안부 강제 동원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한 사람들만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 지방의 순사가 나서서 징병, 징용을 한 거다. 당시로 보면 도지사가 상당한 권력이지만 조사 대상에서 빠진다.]
[김희선 의원/민족정기의원모임 회장 : 부족하지만 이런 법안이라도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 다음 17대 국회에서 개정하려 합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일 또다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다면, 16대 국회 마감과 함께 이 법안은 폐기되고 맙니다.
프랑스는 2차 대전이 끝난 뒤 7천명을 처형할 정도로 민족을 배반한 자들을 철저히 응징했고 그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그 진상을 규명하는 일조차 60년 가까이 못하고 있습니다.